승무원 15명 중 7명 '자발적' 출석…유가족 "살인죄 인정해달라"
재판부, 2주에 한번 공판·4월 28일 선고 예정

▲ 20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항소심 첫재판에 참석한 이준석 선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이 1심 선고 2개월 여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이 선장 등 승무원 15명과 세월호 침몰 당시 기름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청해진해운(법인)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 절차로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었지만, 이 선장 등 7명은 자발적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재판에 쏠린 관심을 고려해 2분가량 취재진에 법정 내부 촬영을 허가했다. 
 
촬영이 끝나자 서 부장판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한다. 1심 공판기록을 통해 애절한 사연을 여실히 접할 수 있었다"며 "크나큰 슬픔과 분노를 참고 1심 재판에 협조해준 유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인사로 재판을 시작했다. 
 
법정에는 1심과 달리 사선 변호사들이 다수 눈에 띄는 가운데 검찰 측에서는 1심 공소유지를 맡은 검사 5명이 그대로 출석했다.
 
방청석 100여석을 가득 메운 유가족들은 차분하게 재판 실황을 지켜봤다.
 
이 선장 등도 고개를 숙인 채 나란히 앉아 피고인석을 지켰다.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항소이유서를 근거로 1심의 살인·살인 미수 무죄 판단과 관련해 선장 등의 퇴선 명령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등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쟁점을 예고했다. 
 
1심에서 역시 무죄로 판단한 수난구호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 선박 혐의는 추가 심리 없이 법리적으로 판단하고 사고 지점이 선장의 직접 지휘 의무가 있는 위험 구간이었는지 등 몇 가지 사실 관계도 다시 확인하겠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1회 공판을 열고 2주에 한번 꼴로 5차례 공판을 거쳐 4월 28일 선고하겠다는 재판 진행계획도 공지했다. 항소심 구속 만료일은 5월 15일이다.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발언기회를 얻은 피해자 가족들은 승객들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단원고 한 학생의 아버지는 "승객 살인혐의는 고의 입증이 안 돼 무죄라는 1심 판결을 보고 분노와 억울함이 사무쳤다"며 "304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주한 파렴치한 선장이 살인죄가 아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법리는 잘 모르지만 이런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 데도 생명의 존엄성이나 값어치를 너무 낮게 판단한 1심 재판이 실망스럽다"며 " 이번 재판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겨달라"고 요청했다.
 
이 선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살인 등 주요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14명은 징역 5~30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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