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그동안 '국적기'의 지위를 누려온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행태가 온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또 '을'에 대한 '갑'질이다.
'갑(甲)'의 기계적인 의미는 십간의 첫 번째다. 그 다음은 '을(乙)'이다. 하지만 생활에선 이런 의미보다 상하관계에 많이 쓰인다. 출발은 법학에서 불특정한 주체를 나열할 때 십간을 순서대로 사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 갑은 첫째 혹은 서열상 으뜸, 즉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고, 을은 낮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을 아주 '뜨겁게' 달궜던 갑질은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 사태다.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국민적 공분을 넘어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2012년 대비 큰 폭의 적자로 국민들의 '회초리'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영업직원 11명을 채용해 수습기간을 거친 뒤 전원해고하면서 '갑질논란'의 중심에 섰던 '위메프'도 소비자들이 대거 탈퇴하면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잘못된 '갑'의 횡포가 기업이미지는 물론 영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왜 '갑'에 체질적으로 반감을 가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갑'보다 '을'의 위치에 있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을'은 힘도 권력도 약하다. 그래서 부족하고 아쉽다. 다수의 '을'이 소수의 '갑'에게 당하는 횡포에 대해 집단적 동질감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장년층의 구직시장에서는 어떨까? 종종 퇴직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들로부터 "퇴직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구체적인 생각도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것이다. 퇴직을 하고 나서 제2의 인생설계를 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 재직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떻게.

가장 먼저는 생애설계다. 생계형·경력개발형·사회공헌형 등에서 자신의 모델을 결정한 뒤 재취업이나 창업, 사회에 의미 있는 활동 등을 계획해야 한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생계형 재취업이다. 그렇지 않고 경력을 살려서 비슷한 분야로 가기를 원한다면 그 분야에서 차별화된 특기가 있어야 한다. 사회공헌도 어떤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 모두 퇴직 전에 이뤄져야할 생의 진로 설계다.

생애설계 다음은 자기개발이다. 중견인력과 중견전문인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에만 '올인'하지 말고 현직에 있을 때 '내일(퇴직 후)에 내 일(work)을 하기 위한'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준비되지 않고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내일배움카드제' '재직자 훈련' 등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많이 있다. 이런 제도를 활용해 직업훈련이나 자기개발을 할 수도 있고 취미활동을 찾을 수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개발을 늦춘다면 재취업이나 '인생2막'의 성공적인 삶은 저만치 멀어져 갈 것이다.

이렇게 생애설계와 자기개발을 잘 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것은 '사람'이다. 많은 중장년층의 재취업 성공 요인으로 '인맥'이 강조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답은 "있을 때 잘해"다. 퇴직하고 나서야 "그때 사람들에게 잘할 걸…"하는 후회는 소용이 없다.

현직에서 '갑'의 권력을 마음껏 누리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후회를 경험하곤 한다. 반면 '힘'이 있을 때 사내외에 두루 잘했던 사람들은 퇴직을 하고서도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갑'일 때 쌓은 배려와 덕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자본이 되어 또 다른 '길'을 가는 데 도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네트워크와 인맥의 힘은 퇴직 전보다 퇴직 후에 더 빛난다고 한다. 중장년층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한 화두다. "갑일 때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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