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장서각 자료집「고문서집성 110」
4·3 당시 지킨 자료…옛 제주 생활 소개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제주지역 고문서 연인자료집 「고문서집성 110」을 출간했다. 사진은 1593년의 노비소송문서.
4·3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제주 문중 고문서들이 책으로 부활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장서각은 제주지역 고문서 영인자료집 「고문서집성 110」을 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책은 16~19세기의 기록인 어도 진주강씨, 조천 김해김씨, 구좌 동래정씨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던 문중 고문서 720여점이 담겨있다.
 
그동안 4·3때 많은 중산간 집이 불타 없어지면서 제주인들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 역시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책 발간을 통해 구전되던 제주 생활상이 자료로 실증됐다.
 
자료 수집을 도운 김익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사실 4·3으로 인해 제주의 사료는 전부 불타 없어진 줄 알았다"며 "책을 통해 감나무 밑에, 항아리 속에 숨겨온 자료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목숨을 걸고 문서를 지켜준 제주인들이 참 대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책은 임진왜란 전후에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자료가 고르게 소장됐다. 특히 17~18세기 자료가 집중적으로 남아있으며, 제주 지역의 토지·노비·묘지소송, 토지·노비매매, 재산상속, 호적, 유향소나 향교 관원의 임명, 방호소와 진보 소속 군관의 임명, 과거시험 답안지 등과 관련된 자료가 남아있다. 
 
이를 통해 토지와 노비를 사고파는 매매문화, 가족의 구성원과 통혼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재산상속 문화 등의 생활사와 문화사를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엿볼 수 있게 됐다.
 
한중연 장서각은 "지금까지 제주도 고문서 조사는 제한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발간으로 제주도 고문서의 중요성과 발굴의 필요성을 제고시키고 나아가 실증적인 고문서 자료를 통해 제주도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연구 자료로서 기능을 충실히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문중고문서 「고문서집성 114」가 발간되며, 이로써 제주 고문서 조사 사업은 만료된다. 114호에는 곡산강씨·제주고씨·진주강씨·김해김씨 등의 고문서가 담길 예정이다.
 
한중연 장서각은 "제주 생활사·문화 조사 연구를 위해 '조선시대 제주 사람, 제주 문화'를 주제로 제주도와 공동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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