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논설위원

   
 
     
 
새 해 첫 달의 끝자락에서 고향에서 들려오는 중국 자본과 카지노 논란을 응시하다가 불현듯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르면서 두 개의 뉴스를 주목하였다. 이리 보면 라생문(羅生門)처럼 느껴지고 저리 보면 역겨운 억지 짝짓기 일 수도 있겠다.

'콘크리트'에 금이 갔다. '마의 지지율'이 깨졌다.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 '레임덕' 상황이 고착될 우려가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8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27일 기준)가 29.7%까지 떨어졌다는 발표에 대한 언론의 표현들이다. 아마도 언론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설마라는 의외성이 아닐까 싶다.

사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강력한 지지 세력 기반에 견고한 '철옹성'으로 40% 이상을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 연말에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새해 들어 1월14일에 40.6%를 기록하여 모두들 다시 '수성'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국가가 국민을 포기해 버린 세월호 사태에서도, 그 많은 인사 실패에서도 마이웨이를 외치면 지켜냈던 지지율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더니 국정동력의 마지노선으로 지목되는 30%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언론은 이야기한다. 돌이켜 보면 정윤회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40%가 붕괴되고, 비서실장 및 문고리 3인방 유임, 김무성 대표의 수첩파동이 겹치면서 35%가 무너지고, 연말정산 파동으로 민심이 싸늘하게 식어가자 '대통령 각하'라는 용어로 충성심을 보여 준 '이완구 총리 카드'까지 썼지만 지지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30%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통령 지지율의 전부일까. 어쩌면 대통령은 충성도가 높은 단단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소통과 인사 쇄신으로 신기루처럼 회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깨진 콘크리트를 다시 붙이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개를 들고 귀를 열어 지지율의 하락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할 때이다. 다음의 그리스 뉴스를 눈여겨 볼 필요도 있다.

신자유주의를 거부한 '그리스의 선택'. 한겨레신문의 27일자 1면 톱뉴스 헤드라인이다. 역시 한겨레답다. 그렇다. 지난 25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압승하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40)의 '일성(一聲)'에 유럽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로 5년간 구제금융 조건의 긴축정책 펼쳐 왔는데,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유로존에서 처음으로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정당이 집권한 것이다.

국제 채권단에 국가부채를 절반으로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앞길이 순탄하지 않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치세력화를 상징하는 시리자의 승리는 유럽의 정치는 물론 세계 경제의 미래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시리자가 집권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고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적 처방과 수모를 거부하는 것이며, 기존 정치 세력과 질서를 거부하는 새로운 정치의 한 축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긴축재정으로 그리스의 사회안전망은 붕괴되었고 삶은 피폐해졌다. 실업율은 26%를 넘고, 국민의 20% 이상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자는 인구의 25%에 이르는 빈곤층의 생존 대책은 타협 대상이 아니며, 최저임금 인상, 단체협상권 부활, 대량 정리해고 금지, 요금 미납으로 전기가 끊긴 30만 가구에 대한 전기 복구 등을 곧바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당수는 "그리스 민중은 역사를 만들었다. 희망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국민이 행복한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만든 것인지 서민복지로 또 다른 국가 위기를 맞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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