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필자가 제주도에 온지도 어언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도내 주요 관광지는 모두 다닌 것이 기억난다. 특히 여름이면 어김없이 오는 귀빈(?)들 때문에 같은 관광지를 10번 이상 다닌 것 같다. 지금은 네비게이션, 스마트폰이 있어 찾아오시는 분들이 알아서 여행을 하니 굳이 내가 안내할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지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 편이고 가끔 가족들과 놀이삼아 가곤 한다. 최근에 가보면 20년이 지났다는 것을 직감할 정도로 관광지도 변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헌데 아직도 20년 전이나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있다.

바로 관광기념품이다. 문화상품이라고 이름은 바꾸었으나, 그시절의 돌하르방 (관광지마다 같은 모양), 기념품 들이 아직도 주류를 이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문화관광상품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특징을 가지고,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 헌데 이런 구태적인 상품으로 외부 관광객이 제주의 문화관광상품을 외면하고 있는 인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디자인과 세련미, 그리고 다양한 품종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지역의 문화상품 개발자들이 모두 영세하여 소위 R&D를 하거나 설비를 확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을 필자는 바로 3D프린팅 기술을 문화상품에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14년 2월13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3년 연두교서 발표 이후 주목 받고 있는 도시가 있다.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은 한때 제조업이 흥했으나 공장들이 떠나가면서 쇠퇴한 도시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곳에 3D 프린팅 관련 정부주도 산학협력기관인 'NAMII'의 본부가 설립되면서 도시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부터 3D 프린팅을 제조업 혁신의 핵심기술로 간주하고 관련 법령 및 투자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두교서에서도 제조업 부활의 핵심으로 3D 프린팅이 언급,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미국으로 다시 귀환시키고 새로운 하이테크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3D 프린팅이 사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디자인 분야 중 편집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전자탁상출판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부상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의 3D 프린팅이 시제품 제작을 저비용으로 편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고 한다면, 최근의 3D 프린팅은 다품종 소량생산, 창의적인 입체물, 개인에 맞춘 전용상품 같은 특수분야 용도로 진화 중이다. 3D 프린팅이 산업현장에서 가장 크게 인정받는 이유는 시제품 제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기 때문으로, 명품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의 경우 4개월 동안 4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던 과정을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면서 20일 동안 3000달러 수준으로 절감시키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3D 프린팅을 통해 개인 맞춤 생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돼 디자인·재료비만으로 제품 제작 가능이 가능해지고 이는 직접 제품 제작기술로 이어져, 보청기·임플란트등에 대한 다품종 소량 생산, 개인 맞춤 생산의 가능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3D프린팅 기술을 우리 지역 문화상품에 도입할 경우, 열악한 환경의 문화 상품개발 업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더라도, 실제 상품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공정이 상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다. 공예품산업이 사양산업임을 비추어보면, 대대적인 투자나 혹은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질의 물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3D프린팅을 통해 고품질화, 다품종화 및 관광객 개인 맞춤형 상품개발로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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