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콘을 튀기면서 재미있게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정명란씨 가족.<부현일 기자>
영재교육이다, 영어교육이다 해서 유아때부터 쫓겨다니는 한국의 자녀들.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 자식들을 낳는 것은 높은 교육열이지만, 바쁜 부모들의 무책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영재교육의 시발점은 가정에서부터다. 가정의 일상을 아이들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이기를 소개한다.

◈요리하면서 과학의 원리를 배워요

“엄마, 옥수수는 팝콘이 되는데 팥이나 콩은 안돼요?”

“옥수수는 수분이 많고 배젖이라는 게 나와 있어서 잘 터지는 거야. 근데 팥·콩은 수분이 거의 없거든. 수분이 있어야 끓는점에서 터지는 거래.”

제주도 과학영재교육센터 어머니모임의 정명란씨(34·제주시 돈암동)는 아이들과 함께 팝콘을 튀기고, 라면을 끓이며 “엄마도 아이랑 같이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해라”하며 다 튀긴 팝콘을 아이의 공부방에 들이미는 게 아니라, 함께 팝콘을 튀기면서 왜 옥수수로만 팝콘이 되는지 ‘지적 호기심’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먼저라는 얘기다. 정씨는 “딸 경은이(11·교대부설교 4년)가 영재 과학교실에서 2주에 한번씩 받는 교육은 아이를 위한 색다르고 좋은 경험의 하나죠. 진정한 영재 교육은 일상생활의 거실에서 쌓이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라면을 빨리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냄비의 물속에 스프를 먼저 넣게 함으로써 불순물과 끓는점의 개념을 체득하게 하는 것, 놀이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탈 때 왜 떨어지지 않는지 묻는 아이들과 집에 돌아와 관성의 법칙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식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김치볶음밥을 만들면서 야채를 왜 먼저 넣어야 할까하는 등의 호기심을 갖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도 좋다.

◈책 읽어주는 엄마 - 책장은 거실에, TV는 방안에

매주 수요일은 경은이와 도성(10·돈암교 3년)이 남매가 ‘학원 안가는 날’이다. 대신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책을 보러 가는 날이다. 3년째 동화읽는 어른모임 ‘낭뿌리’를 계속해온 정씨는 매주 제주·우당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10여권씩 빌려온다. 쌀 사듯이 책을 사는 덕에 2000여권이나 되는 아동도서를 소유하고 있지만, 매주 하루씩 온가족이 손잡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나가서 책도 고르고 아이스크림도 먹는 이벤트는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엄마, 난 책 안 읽는 애들 보면 참 불쌍해”라고 도성이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낀 데에는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들려준 엄마의 역할이 크다.

스승의 날 선생님 화장품 선물 대신에 학급 문고에 보낼 책을 고르고, 1년에 한번씩 보육원에 보낸 아동도서를 고르는 일도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책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행사다. 무엇보다 책꽂이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뉘여서, 그리고 언제나 쉽게 책을 빼어들 수 있도록 헐렁하게 꽂아둘 것. “책꽂이마다 옆에 소파를 놔두죠.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서도 손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책꽂이가 있어요. TV는 방에만 있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TV보려면 혼자 방에 들어가 외톨이가 돼야만 해요.”

사전류를 많이 사두는 것도 교육에 좋다. 영어사전 하나를 통째로 외우는 것은 전근대적 방식. 질리지 않게 엄마랑 아이랑 하루에 영어사전 1∼2페이지씩 자유자재로 펴서 읽어보는 아이디어를 내보자. “와, 그저께 봤던 거 또 나왔다”하고 탄성을 터뜨리는 아이들에겐 영어공부도 신나는 이벤트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지식이 많은 엄마보다 늘 무언가를 함께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육아의 철학이면서, 아이를 통해 또 하나의 세계로 건너가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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