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23. 가롤로의 집 하민희 조리사

▲ 하민희 조리사는 인생에 찾아오는 절망의 순간에도 움츠리지 말고 부딪히고 도전해야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 권 기자
결혼 후 경력단절 취업 어려워
 
나이 먼저 묻는 사회에 좌절도 
아들 말 한마디가 터닝포인트
건강 밥상 챙기며 즐거움 얻어 
 
"I Can Do It(나는 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가롤로의 집에서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하민희 조리사(53·여)의 인생 2막 신조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자영업, 호텔 룸메이드, 레스토랑 주방보조를 거쳐 50대 나이에 조리사가 되기까지 하씨의 도전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자신감이었다.

하씨는 20대때 직장을 다니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재취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30대 중반에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선택의 폭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취미를 살려 편물 기능사 자격을 취득해 뜨개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아 결국 15년만에 문을 닫았고, 남편이 운영하던 화원도 IMF때 타격을 받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호텔 룸메이드에 이어 퓨전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를 하는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했지만 뜻과 달리 오래할 수 없었다.

쉰이 넘은 하씨가 부딪힌 사회는 능력이나 의지보다 '나이'를 먼저 물었다.

뭐라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터닝 포인트는 막내 아들의 말 한마디였다. "엄마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세요"란 응원이 지금의 하씨를 만들었다. 

지난해 5월 한식 자격증을 따고 9월부터 12월까지 수습기간을 거쳐 올해 1월 가롤로의 집 정식 식구가 됐다. 

가롤로의 집 주방의 철칙인 신선한 재료는 물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소스도 직접 만들어 저염식 식단으로 이용자들의 건강을 챙기며 '인생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하 조리사는 "인생을 살다보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멈춤' 신호가 올 때가 있다"며 "그럴수록 움츠려 있지 말고 사회로 나가 몇번이고 부딪히고 도전해야 기회가 찾아온다"고 조언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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