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사이드] 5. 입주민 안전 지키는 아파트 경비원

방범순찰·교통·택배 수령…하루가 모자라
시비·무시 속상해도 "수고한다" 기운 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영화 속 '홍반장'이 있다. 24시간 입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아파트 경비원이다.

지난 7일 제주시 외도1차부영아파트. 이 아파트에는 8명의 경비원이 하루 4명씩 2개 조로 근무하고 있다. 
 
경력 10년 이상의 이들 베테랑 경비원들은 4곳의 경비실을 중심으로 1000여세대가 살고 있는 9개 동을 2~3개 동씩 나눠 경비한다.
 
오전 8시30분 근무교대가 이뤄지자 가장 먼저 옥상부터 지하주차장까지 중앙과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옥상문·비상문 개폐 여부와 CCTV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등 순찰했다.

아파트 주변 정리와 청소는 전날 근무자가 이미 끝내 논 상태였다.
 
혼자사는 노인들의 안부도 빼먹지 않았다.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 직접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불편한 것은 없는 지 챙겼다.
 
주말과 달리 주중에는 출근길 교통정리와 함께 오후시간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어린이집 차량들의 교통안전 관리도 이들의 몫이다.
 
낮 12시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1시간의 휴식이 지나자 클린하우스 정리, 불법 광고물 제거, 주차차량 관리를 마친 뒤 또다시 순찰에 나섰다. 놀이터 시설을 점검하고 아이들 주변에 외부인이 없는 지 살폈다. 
 
경비실에 있을때는 택배 수령으로 정신이 없다. 택배 찾는 시간을 지키지 않은 입주민들로 제때 순찰을 하지 못해 애를 먹거나 마찰을 빚는 경우도 빈번하다.
 
야간순찰을 마치고 아파트 전체가 고요해진 오후 11시가 돼서야 경비원들은 한 두평 남짓한 경비실 한쪽 간이침대에 '쪽잠'을 청했다. 머리 한편에 놓인 알람시계의 침은 새벽순찰 시간인 오전 3시에 맞춰져 있었다.
 
김종국 경비반장(65)은 "간혹 술에 취한 입주민이 시비를 걸거나 무시할 때는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한다"며 "몸은 고단하지만 '수고한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나고 마음이 가뿐해진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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