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열 제주관광공사 사장

   
 
     
 
필자는 한 평생을 관광산업에 종사하면서 세계 유수의 관광지를 다녀봤지만, 제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해질녘 제주 해안에서 유람선을 타고 제주를 바라보는 풍경은 더 없이 그윽하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 천국이다' 등 감탄을 절로 내치며,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작 하선(下船)하고 제주시내로 접어들면, 조금 전에 바다에서 봤던 풍경과 다른 세상을 접하게 된다.

여느 도심과는 다르게 우울한 분위기다. 상가에는 불이 꺼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내가 보는 이 풍경이 '과연 세계 일류의 관광지 제주도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가 한국관광공사 독일지사에 근무할 당시 유럽과 미국 등 해외의 내로라하는 도시를 봤던 경험에 비추어, 우리의 시내에도 '빛'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관광'이라는 어원은 중국의 고전 「역경(易經)」 속에 "나라(國)의 빛(光)을 본다(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풍경과 풍속 그리고 문물 등을 본다는 뜻으로,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약자이다.

'빛'을 의미하는 제주의 우수한 자연풍경과 역사, 문화 등은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제주에는 '물리적인 빛(Light)'이 부족해 보인다. 관광은 서비스 산업이요, 서비스는 연출이라고 한다. 관광객을 유인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요소를 제공해야 한다.

관광객이 낮에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즐겼다면, 야간에는 제주에 맞는 조명과 함께 색다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의 원도심에도 작은 문화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조명, 그리고 제주도에서 추구하는 문화마케팅이 서로 연계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유명한 거리에는 미디어 파사드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에도 몇 년 전부터 '미디어 파사드'가 유행이다.

미디어(Media)와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로,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 건축물의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물로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조명과 영상, 정보기술을 결합한 21세기 건축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한다.

굳이 다른 도시들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은 아니지만, 우리 제주에도 낮과 밤, 얼굴을 달리하는 도심 분위기가 필요하다. 도심 활성화를 견인하는 주인공은 젊은 청춘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활기찬 분위기 연출이 요구된다.

여러 마리의 양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도 당국을 비롯해 유관기관과 공공디자인 전문가, 문화예술 전문가, 상가지역 이해관계자와 함께 열띤 토론을 하면서 제주 스타일의 빛을 찾아내고, 이를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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