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권 제주관광대학교 인테리어건축과 교수·논설위원

   
 
     
 
제주는 지금 건설공사 붐이다. 공사는 파괴를 전제로 한다.

특히 3~4년 전부터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제주가 온통 공사현장이 되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들 즉 혁신도시, 교육도시, 기술단지와 주택단지, 택지개발지구, 무슨무슨 타운인지 공원인지가 개발되면서 온통 밀어붙여지고 파헤쳐지고 있다.

또한 바닷가, 중산간 오름 주변 등 경관이 아름다운 곳은 어느 곳이든 무차별하게 대단위 리조트, 호텔, 전원주택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매력적인 투자처로 제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중국인을 비롯한 도외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로 부동산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땅값 상승은 장기적으로 볼 때 부메랑이 되어 도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을 까 우려가 된다. 이 살벌한 전선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생명이 숨쉬고 있는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와 기억을 이루고 있는 제주의 원래 모습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는 이 광경을 멀리서 뜬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이러한 것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더 활황인 현상이라 걱정된다.

이런 속도로 파괴와 건설이 지속되다가는 궁극적으로 과거와 현재는 모두 실종되고 미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늘 건설만하면서 살아간다면 제주 원래 모습은 실종되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제주는 얼굴을 알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제주가 이런 모습이다. 알 수 없는 도시, 알 수 없는 환경,더 이상 무엇이 되려는지 가늠 할 수 없는 이 땅 한복판에 우리가 서 있다. 더 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파괴하고 소멸시켰다. 아름다운 해안선은 사라지고 곶자왈, 오름자락은 잘려나갔고, 고즈넉한 마을풍경은 온데 간 데 없다. 이제 우리에게 두가지 선택이 남아있다. 현재의 상황을 지포자기 하던지 혁명적인 전환점을 모색하든지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있는 것, 있어온 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새롭게 개발할 것이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가 된 것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이라도 지속시킬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서 지키는 것이 이 땅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보존과 개발은 오늘날 어느 곳에서든지 양립이 어려운 진퇴양난의 문제가 되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직접 개발을 하거나, 개발을 유도하고 촉진시켜 주민소득을 증대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행정당국은 보존을 하면서 그 목표달성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환경문제가 큰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한번 쓰고 폐기되는 일회용이 아니다. 회복 불능의 돌이킬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즉 보존이 결코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개발이 반드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존하는 것도 개발 그 이상의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한 차원 높은 개발일 수 있다.

따라서 보존과 개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들, 도민과 행정당국의 합의 된 목표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보존과 개발에 대한 의식이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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