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작년 말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어린이집 어린이 학대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신문 보도를 읽으면서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 터인데 하물며 선생님이 그렇게 할 리야 있겠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하였으나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 사람들이 어린이 보육을 책임 진 선생님이 맞나 하는 생각에 앞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취학 전 어린이 시절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제목으로 로버트 폴검의 책이 있을 정도로 우리 인격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주위의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이는 커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지만 이 시기에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이는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범죄들이 어린이 시절을 불행하게 보낸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런 점을 익히 알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빠르게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탁상공론으로 흐르고 있다.

보육교사를 국가고시를 통해 선발한다던가,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늘린다던가, CCTV 설치를 의무화 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가 없다. 더구나 일반인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을 막는다는 안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생님의 열정이다. 시설이 아무리 훌륭하고 설비가 아무리 좋아도 선생님의 열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이런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도 성품을 갖춘 선생님의 열의가 있다면 교육은 얼마든지 훌륭히 이뤄진다.

6·25동란의 폐허에서도 선생님들의 열의에 의해 이뤄진 교육 덕택으로 우리나라는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G-20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었으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의 경찰이 못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CCTV의 설치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올리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선생님은 CCTV가 비춰주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있으므로 얼마든지 CCTV의 눈을 피해 아동들을 괴롭힐 수 있다.

따라서 신고 포상금을 올려 봐야 내부 고발자가 없는 한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과 같이 내부 고발자들이 불랙리스트(Black list)에 올라 재취업이 어려울 경우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할까.

결국 해법은 소양 있고 사명감 있는 분들이 교사가 되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종사하려는 분들을 지식 수준으로 뽑을게 아니라 적성과 인성 위주로 선발해야 하며 우수한 분들이 지원하도록 대우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 점은 비단 선생님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비슷한 경향이 있는 직업군, 예를 들면 종교인, 법관, 그리고 의료인들의 선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력 군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국가에서 소요 인원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 인원의 10~20% 정도 많이 교육을 시키고 필요 인원만 선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상에 값싸고 좋은 것은 극히 드물고, 진정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매사에 정당한 값을 지불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비단 교육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고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상품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하루 속히 여러 가지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돌려져 모든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씩씩하게 국가의 동량으로 자라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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