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조정하려던 계획 유보..."중장기 과제로 연구"

   
 
     
 
이른바 동네의원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노인정액제가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에서 섣불리 손질했다가는 노인진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인정액제란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총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면 일률적으로 1천500원만 내고, 1만5천원을 넘으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이다. 노인정액제 기준금액(총 진료비 1만5천원)은 2001년 이후 13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정액제의 기준금액을 상향 조정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유보하고 중장기 과제로 계속 '연구·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노인정액제 기준금액을 바꿀 때 건강보험재정과 진료행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연구를 맡겨 여러모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연구결과가 나오면 충분히 내부논의를 거쳐 시행 여부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겠다는 말이다.

정부가 이처럼 머뭇거리는 것은 노인진료비가 인구고령화속에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013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2013년 노인진료비는 18조852억원으로 전년도보다 9.9% 늘었다. 2006년과 비교하면 7년 만에 2.5배나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로, 2008년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1.5%를 차지하는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3분의 1 이상을 쓰는 셈이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2006년 180만원에서 2008년 233만원, 2010년 284만원, 2013년 322만원으로 늘어났다. 국민 전체의 1인당 진료비 102만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노인정액제를 두고서는 의료계에서 당장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현재 새 지도부를 뽑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노인정액제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의료현장에서는 일부 동네의원이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외래진료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노인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의료비 분쟁을 피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월초 "노인에게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줘 의료법위반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행위 등을 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자격정지 2개월 및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수가가 올해 1월1일부터 3.1% 오르면서 총 진료비도 자연스럽게 올랐고, 그 여파로 총 진료비가 노인정액제의 기준금액인 1만5천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간은 총 진료금액이 1만5천원을 넘지 않아 많은 노인이 1천500원만 냈다. 하지만, 수가인상으로 진료비 총액이 1만5천원을 넘는 경우가 늘면서 총 진료비의 30%인 최소 4천500원 이상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본인부담금이 1천500원에서 4천500원 이상으로 3배가량 증가하자 그만큼 노인환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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