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2009년 12월, 9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제주로 이사 오면서 살림살이를 많이 정리하고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왔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방이 세 칸이었던 집에서 두 칸인 집으로 이사하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전반부가 모으는 삶이었다면 후반부는 정리하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2010년 3월11일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신 이후 스님의 「무소유」 책을 사기 위한 소위 「무소유」 소유하기 열풍으로 책이 고가에 거래되고, 품귀현상이 벌어진 「무소유」 1993년판은 인터넷 옥션에서 110만5000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스님께서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유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은 무소유의 정신을 소유하려고 하기 보다는 '무소유'의 소장가치를 소유하려고 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347년 로마 제국의 안티오키아에서 태어난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그의 저서 「단순하게 살기」(On Living Simply)에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아무것도 소유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 무소유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사람이야말로 마음으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시대를 관통하는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2010년 7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23㎏을 감량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하면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 보는데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라는 어느 식품회사 사장님의 광고 멘트가 곧 나의 답이다. 다이어트와 함께 매일 5㎞씩 걷고 근육운동도 하니 모든 건강지수가 상승했다. 다이어트의 부수 효과는 소유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영원히 나의 소유가 아니며 이 땅에 잠깐 머물면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사용가치가 떨어진 물품을 사용 가치가 더 큰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어느 종교단체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화운동으로 'e-다이어트', '쩐(錢)-다이어트', '어(語)-다이어트'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e-다이어트는 컴퓨터, TV,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을 절제하고, 절제를 통해 확보된 시간을 친구와 관계 회복을 위한 문자 나눔과 편지 쓰기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쩐-다이어트는 무분별한 소비와 커피, 기호식, 간식 등 불필요한 과소비를 절제하여 친구와 이웃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어-다이어트는 잘못된 언어 습관과 언어폭력을 줄이고 상대방을 칭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가지 유해 환경으로 인해 날로 황폐해지고 있는 우리 청소년의 삶이 건강해 질 것이다.

무소유, 단순하게 살기, 다이어트 모두 필요 없는 것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옷장을 열어 보고 신발장을 열어 보면 내가 죽기 전에 저 옷을 다 입어보고 저 신발을 다 신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을미년에는 단순하고 슬림하게, 그러나 강하게 사는 삶(simple and slim but strong life)이 되기를 다짐해 보면서 설 연휴로 인해 불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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