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24. 간암 이겨낸 홍명식 택시기사

▲ 병마를 이겨내고 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있는 홍명식씨는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고통이 올 수 있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권 기자
선주에서 초보 택시기사 변신
투병중 삶 돌아보며 나눔 결심
"봉사 통해 몸과 마음까지 치유"

"봉사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요. 봉사가 주는 선물이자 새로운 삶의 활력이죠"
 
배를 가진 선주에서 초보 택시기사로 변신한 홍명식씨(55)는 하루하루가 새롭다. 한평짜리 택시 안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즐겁다.
 
지난해 6월 50대 중반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아 얻게 된 소박하지만 큰 기쁨은 봉사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가능해졌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지금의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였다.
 
30대 후반에 6t급 어선을 장만해 18년간 갈치를 잡아 온 홍씨는 돈벌이가 어려워지면서 2009년 어선감척사업을 신청해 배를 처분했다. 
 
그 뒤로 4년 가까이 시내버스를 몰다 2013년 10월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간암 판정을 받아 9~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는 등 병마와 싸웠다.
 
지금은 몸상태가 많이 호전돼 정기적인 검사만 받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결혼을 하지 않은 두 딸과 아내 생각에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간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들을 노란 종이에 빼곡히 적어 냉장고 문에 붙여 놓은 막내 딸의 메모에 한참을 울었던 '아빠'였다. 
 
가족의 응원으로 암을 이겨냈다면 암 투병 시간 동안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봉사는 제2의 인생을 열게 한 열쇠가 됐다.
 
예전 경력을 살려 택시를 운행하면서 시작한 새마을교통봉사대 활동은 홍씨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는가 하면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했다.
 
동료 기사들과 함께 함덕지역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이용자들에게 무료 관광 등 재능 기부에 이어 교통질서캠페인과 하천 정비 등 공익적 활동을 벌이며 값진 보람을 얻고 있다.
 
예전 적십자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던 안타까움에 봉사가 주는 행복함에 밀려드는 피로마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홍씨는 "봉사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 지금이야말로 나에게는 제2의 인생"이라며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고통이 올 수 있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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