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역사적 가치에도 토지주와 협의 문제로 7년째 난항
내부 조명 대신 빈 안내판만 덩그러니…무속인 등 훼손까지

제주시 아라동의 일제 진지동굴 명소화 작업이 무리한 추진으로 역효과를 낳고 있다.
 
문화재 지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 초기 토지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추진되면서 진입로 정비는 커녕 현재 조성된 시설마저 철거하게 됐다.
 
제주시는 아라동주민자치위원회의 주관 아래 지난 2009년부터 지역발전 특성화사업으로 삼의악내 일제 진지동굴을 포함한 역사문화 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삼의악 트레킹 코스와 연계해 진지동굴과 곰솔, 신비의 도로, 고인돌, 관음사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명소들을 스토리텔링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삼의악 진지동굴에는 역사학습체험장 을 만들어 진지동굴 내 조명을 설치하고 전쟁장비 등을 비치하는 등 향후 학습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역사문화 탐방로 조성사업에는 지난 2013년부터 주민참여예산사업 선정으로 받은 사업비 2억원 가량이 투입, 진입로 이정표와 동굴 앞 안내판 설치까지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사업은 토지주들의 반대로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유산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삼의악 트레킹 코스중 진지동굴 입구 부분은 정비가 안돼 있어 진입로를 찾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입구를 찾는다 해도 진지동굴 내부는 조명시설은 커녕 빈 안내판만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무속인들이 기도의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제단과 그을음, 촛농자국까지발견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아라동 관계자는 "접근성과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명소화를 추진했지만 사유지인 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적 연구로 가치를 알리는 한편 토지주들과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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