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사이드] 8. 심야공영버스 운전자

▲ 지난달 28일 25년 경력의 베테랑 버스기사 김봉천씨가 심야공영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수험생·근로자 등 이용
야간운전 매순간 '긴장'
"고맙습니다"인사 큰 힘
 
"기사님 저기 횡단보도 앞에 내려주세요"
 
삭막한 부저 소리 대신 고마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버스 안에 울려 펴졌다. 늦은 밤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귀가를 위해 도입된 '심야공영버스'에는 사람 사는 '정'이 넘쳐흘렀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 노형동의 공영버스 차고지. 25년 경력의 베테랑 버스기사 김봉천씨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엔진오일과 냉각수를 확인한 김씨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타이어 공기압 및 마모 상태를 체크했다. 차량 일일 점검표를 보며 운행전 확인사항을 꼼꼼히 살핀 김씨는 뜨거운 커피를 한 입에 털어 놓고는 곧바로 버스에 올랐다.
 
이제 출발하나 싶었지만 김씨는 기자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며 버스 전·후면의 노선 안내와 안내방송를 수정하고 운행일지에 주파거리와 운행경로 등을 기록한 후에야 시동을 켰다.
 
첫 출발지인 우당도서관을 향하며 김씨는 "야간 운전은 위험할 수밖에 없어 주로 시내·외버스나 전세버스를 몰다 퇴직한 20~30년 경력의 기사들이 심야공영버스를 운전하고 있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매 순간 긴장하다보니 졸릴 틈도 없다"고 얘기했다.
 
우당도서관에서 출발한 버스는 제주동초등학교 정류장에 가서야 첫 손님을 태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버스에 오른 김미숙씨(60)는 김씨의 단골 승객 중 한명이다.
 
김미숙씨는 "밤일을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면 녹초가 되기 일쑤지만 야간버스가 생긴 후부터는 편안한 퇴근길을 누리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심야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승객들은 학생, 수험생, 야간 근로자 등이다.
 
김씨는 "둘째 아들이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어 수험생들을 보면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 또 밤늦게까지 일하고 버스를 타는 근로자들에게서는 서민의 고단함이 느껴져 승객 모두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야간에 운전하다보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사탕과 음료수를 손에 쥐어주는 승객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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