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설경과 온천의 매력은 여행의 행복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행기간 내내 일본 곳곳에서는 중국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들이 가는 곳에는 경제의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제주의 경제를 소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차이나머니의 위력은 비단 한국으로만 향해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여행 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일본으로,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엔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중국인들이 일본에 열광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환대가 아닐까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운동이 다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오모테나시는 지난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IOC 총회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손님에 대한 일본인의 '환대'를 표현하는 단어로 소개돼, 올림픽 유치 성공에 기여하며 화제가 됐었다.

오모테나시는 '성심을 다해 손님을 모신다'는 의미로 일본 특유의 환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보이는 행동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반듯하게 가다듬는다. 올림픽을 앞두고 오모테나시 운동으로 재무장한다는 취지다. 경제침체에 빠져있는 일본으로서는 올림픽 개최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있다. 

TV화면에 숙박시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고객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 고객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배웅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국민들에게는 공익캠페인으로, 외국인에게는 자국을 알리는 홍보캠페인이다. 오모테나시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세심한 대접에 감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식당이나 지하철·택시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친절은 자연스레 일본인들의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식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십시오)'로 시작해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어머니뻘 되는 분이 무릎을 꿇고 음식을 놓아주실 때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보다 어찌 더 친절할 수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에게 더욱 감동을 전하자는 오모테나시 운동을 펼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예찬이 아니다. 불치하문(不恥下問),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좋은 이미지는 더욱 부각시키고 경제도 살리자는 일석이조의 캠페인이다.

우리는 어떤가. 제주사람들은 겉으로는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오래 지내다보면 속정이 깊음을 안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과연 며칠이나 머무르는가? 우리를 오래 지켜볼 시간이 없다. 첫 인상, 인사 한마디로 이미지가 결정되고 만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시끄럽다 무질서하다는 편견을 갖고 불편한 표정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자.

그들은 불쾌감으로 "다시 제주에 오지 말자"고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손님을 내쫓는 셈이다. 차이나머니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하나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언제까지 제주를 바라보고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제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야 하는 것은 비단 중국관광객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또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제주형 환대' 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어떻게 환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한다. 마음이 담긴 미소와 작은 배려 하나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것이 환대의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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