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한때 대중들 사이에서 '최진사댁 셋째 딸'이라는 노래가 많이 불렸다.

그 내용은 건너 마을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 중에 셋째 딸이 제일 예쁘다. 하지만 아버지가 무서워 동네 총각들이 딸의 얼굴을 못 보았다. 그러나 용기 있는 칠복이가 최진사를 만나 인사를 드리고, 셋째 딸을 사랑하니 사위로 삼기 어쩐가를 묻고 혼인한다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 키워드는 셋째 딸, 용기, 사랑이다. 전국에서 널리 불려진 노래이니만치 셋째 딸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은 컸다.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은 이 노래 이후에 더욱 가치를 발했다. 그만큼 셋째 딸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왜 셋째 딸만 그러한 대접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대부분은 첫째가 갖는 성격, 둘째가 갖는 성격을 셋째가 참고하여 좋은 것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장 좋은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반합의 논리로 해석해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첫째나 둘째 중 하나는 나쁜 성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주사람들의 여성에 대한 신앙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제주에는 셋째딸 덕으로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굿에서 노래불러지는 '삼공본풀이'가 그것이며, 여기서 주인공 셋째딸은 삶과 죽음, 현실의 행복과 불행 등 모든 일을 관장하는 운명관장신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거지 부부가 셋째딸을 낳고서부터 집안이 부유해졌다. 어느 날 부부는 자식을 모아놓고 누구 덕에 살고 있는지를 물었다. 첫째와 둘째는 부모덕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셋째딸은 자신의 덕이라고 주장한다. 화가 난 부부는 셋째딸을 축출하고, 그 이후부터 부부는 다시 거지가 된다.

셋째딸은 바깥 세상에서 가난한 마퉁이를 만나 혼인을 하고, 남편의 일터에서 금덩이를 발견하여 부자가 된다. 부모를 위해 거지잔치를 열고 부모와 재회한 후, 딸은 자신이 '전상신'임을 밝힌다.

제주사람들이 말하는 '전상'은 현실에서 모든 개인이 하는 버릇, 생활방식, 직업, 운명 등이라 한다. 술만 마셔도 전상 탓이고, 공부만 해도 전상 탓이고, 착한 일을 해도 전상, 나쁜 일을 해도 전상 탓이라 본다.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개성이라 할 것들이 모두 전상이 된다. 그것은 운명적으로 이미 정해진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러한 운명관이 셋째딸에 투영되었다. 셋째딸을 낳고부터 부자가 되더니, 셋째딸을 축출하니 가난해졌으며, 셋째딸과 혼인한 가난뱅이는 부자가 된다.

이를 신앙적으로 보면, 여성은 풍요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여성의 생산력에서 파생된 관념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제주사람이 여성에 대한 생각은 남자가 부자가 되는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 아내를 얻고 부자가 되면 아내 덕분이라 하고 가난해도 아내 탓이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최진실이 광고에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 했는데, 이처럼 제주에서 여성은 남성의 빈부에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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