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에 차이나 머니 광풍이 휩쓸고 있다. 소위 투자진흥지구라는 관광개발 용지는 물론 조용하던 마을에까지 그 여파는 가히 위력적이다.

제주의 땅값을 여지없이 올려놓고 있고 마을 공동체를 위협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을 가져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급기야는 중앙 방송에서까지 차이나 머니의 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대체로 부정적 뉘앙스와 대책을 요구하는 방향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고립된 변방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이어왔다.

고난의 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제주의 산하가 중국인에 의해 소유되고 제주의 가치에 역행하는 개발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정말 끔직한 일이다.

더구나 의연하게 지켜온 제주가 중국 자본에 의해 돈벌이의 공간으로만 내몰린다면 조상에게는 면목이 없고 후손에게는 큰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차이나 머니만의 일일까.

2014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보유 비율은 면적 대비 0.9%로 전국토의 외국인 토지보유 비율은 0.2%보다 높다.

제주도는 2010년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면서 중국인들이 관광개발 용지 취득이 증가하였는데, 2014년 한해에 51%가 증가하는 등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 중 반 정도가 중국인 소유이다.

그러나 전 국토의 소유 국가별 분포는 미국 52.8%, 유럽 10.9%, 일본 7.3%, 중국 5.6%의 순이다.

이러한 통계에서 보면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의 토지 소유가 높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미국 자본이 훨씬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외국인 토지 소유는 중국인 소유 등 국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를 소유하는 본질적 이유를 살펴야 하고, 오히려 나쁜 머니와 좋은 머니, 투자 자본과 투기 자본을 구분하고 선택하여야 한다.

결국 다국적 및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제주의 가치를 지키며 대대손손 물려주는 방법은 투자 자본과 투기 자본을 구분하는 혜안과 역량, 정책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최근 성산포 섭지코지를 개발한 국내 기업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 기업은 2008년에 세재혜택을 받으며 국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후 2012년에 중국계 자본에게 되팔아 46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도 모자라 또다시 비슷한 면적의 국공유지 매각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투지진흥지구 지정을 받으며 감면받은 세금은 74억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120억 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었으면서도 또다시 똑같은 경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투자 자본이라고 해야 할지, 국내 자본이니 괜찮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참담할 뿐이다.

토착 자본이 미흡한 제주도의 지역개발은 일정 부분 외부 자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떠한 자본이든 본질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에 사회적 책임, 지역과 상생협력의 요구 등은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자본이나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제주와 상생협력 할 건강할 투자자본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사명이다.

국내 자본이라고 우대할 것도 아니고, 차이나 머니이든 아메리칸 머니이든 나쁜 투기 자본은 경계하고 거부해야 한다.

따라서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무분별한 외국인 토지 보유를 제한하고 영원히 제주와 함께할 좋은 자본을 유치하여 공생 발전하는 고민과 전략,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