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2012년도에 미국 IBM은 5년 내에 인간의 오감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할 거라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서 인지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한다니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전망이 제기될 정도로, 사람만이 느낀다는 오감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감인식 기술의 핵심에는 센서(sensor) 기술이 있는데 현재 이 기술은 기존의 단순한 기계적인 센서에 제어, 판단, 저장, 통신 등의 기능이 결합시키면서 점점 스마트화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람의 표정과 음성에서 기분 상태를 파악하는 등 인간의 감각을 모방한 오감인식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시각과 청각 관련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촉각, 후각, 미각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0년 오감인식 기술 관련 특허 등록건수 중에서 5.9%에 머물던 촉각, 후각, 미각 관련 특허의 비중이 2012년에는 12.8%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오감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는 컴퓨터가 맥락을 인식해 인간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는 디지털 육감의 시대가 될 거라고 한다.

우선 '오감을 갖춘 컴퓨터'란 인간이 느끼는 오감은 '촉각',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청각'이 있는데 이런 오감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자동인식하고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의미한다.

얼핏 감아 잘 안온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볼 수 있다. 우리가 누구나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바로 '촉각'을 이용한 컴퓨터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정보의 입력은 숫자판을 누르거나 하는 터치 행위를 하는데 이때 스마트폰은 터치된 위치와 터치모양을 인식하여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촉각은 이미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향후에는 실제 사물의 질감을 모방해 원거리에서 질감데이터를 쉽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후각 측면에서는 컴퓨터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각의 경우는 휴대폰 음성인식기술처럼 이미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지만, 향후에는 주위의 소리를 듣고 자연 재해가 발생할 지를 예상하는 정도까지 소리를 번역하는 기술로 발전하여 예측하는 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미각측면에서는 음식의 화학구조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면서 건강에도 좋은 조리법을 컴퓨터가 개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각을 가진 컴퓨터는 자연 재해시 컴퓨터로 전송된 사진을 보고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판단하거나 병원에서 찍은 CT나 X레이, 초음파 등을 컴퓨터가 훨씬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기술에 대한 패러다임이 기술을 위한 기술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기술로 바뀌는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오감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은 인간이 기계와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용자환경(UI:User Interface)과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얻는 총체적인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양질의 앱(app)이나 콘텐츠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어도 이는 사람에게 양질의 서버스를 하지 못하면 그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오감컴퓨터'라는 좋은 하드웨어를 우리 생활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는 어쩌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제주도는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콘텐츠화하는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문화콘텐츠를 타 지역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래의 '오감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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