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상처만 남긴 예산파국 4개월
민생예산이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13일 제주도의회를 통과, 4개월간 예산파국이 진화되기는 했지만 도민사회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제주도 지방자치의 위상이 훼손되는가 하면 각종 정책 차질과 기관·단체 운영난으로 도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민생 뒷전 도·의회 갈등정국만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간 예산갈등을 지난해 11월17일 2015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하면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도의원 1인당 20억원 요구설'을 둘러싼 폭로전에 이어 집행부의 부동의로 새해 예산안 부결사태가 초래되면서 도와 의회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도의회에서 지난해말 2015년도 예산안 중 민생과 직결된 1636억원이 삭감, 준예산 사태는 막았지만 기관·단체 운영과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로 인해 직원 계약 연장을 포기하는 단체가 생겨나는 등 도민 피해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도와 의회는 올해 초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예산안 조기처리에 합의했지만 예산안 편성방식을 놓고 또다시 갈등, 2월 추경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기에다 의회사무처장 인사문제로 도의회가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부 역시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는 등 4개월간 갈등정국만 연출했다.
이 과정에 행정자치부가 지난 1월 예산파국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착수, 제주도 지방자치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예산파국을 계기로 제주도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일 도와 의회가 의회 증액 없는 추경예산안 처리에 합의하고 집행부도 지난 11일 예산안 재의요구를 철회하면서 예산파국이 일단락될 수 있었지만 도민 피해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한다툼 예산파국 장기화 초래
이처럼 예산파국이 장기화된 이유는 도와 의회의 권한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민이 위임한 예산편성권과 심의권을 놓고 도와 의회가 독점적인 권한으로 인식, 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해 구성지 도의회 의장의 예산편성 사전 협의 제안을 거부한데 이어 도의회의 예산증액에 대해 산출근거를 요구하는 등 집행부의 권한만을 강조한 것이 사실이다.
의회 역시 예산증액에 따른 집행부의 산출근거 요구를 거부하는가 하면 집행부의 부동의 행사에 맞서 1636억원 규모의 예산을 대폭 삭감, 예산파국이 장기화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됐다.
도와 의회가 민생안정을 위해 예산편성권과 심의권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도 원칙론만을 내세우다보니 도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도와 의회는 예산편성권과 심의권이 도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임을 인식, 민생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권한을 행사하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형 예산모델 정립 필요" |
김동욱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 "제주특별자치도에 걸맞은 예산모델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