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봄에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이 풍습이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집 안팎을 살펴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지역 공동체도 한 번씩 주위 구석구석을 살펴 불상사를 막고, 아울러 공동체 미래에 중요한 일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제주를 찾는 올레꾼들의 안전이다. 지난 달 햇빛이 따사로운 봄 같던 날 필자는 쇠소깍에서 동쪽으로  올레길 5코스를 걸으면 새삼 올레꾼의 안전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큰 찻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인적이 드문 바닷가 길을 한참 걸었는데 산악자전거를 탄 두명의 경찰을 보았다.

지역 경찰에서 벌이는 순찰 활동에 대해 아는바가 없었기 때문에 뜻밖이었지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뒤 혼자 걷고 있는 젊은 여성 올레꾼을 보는 순간 경찰들이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감탄이 나왔다.

혼자 다니는 여성들의 경우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도시의 군중과 번잡함에 치인 사람들에게 올레길의 큰 매력은 경관이 아름다운 외진 길이라는 점이다. 몇 년 전 아마도 이런 올레길의 매력에 혼자 길을 나선 여성 올레꾼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충격을 주었다. 자전거를 이용한 경찰의 순찰활동은 매우 적절한 예방조치이다.
 
특히 예찰활동은 필자가 갔던 올레길 5코스의 일부 구간과 같이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무성한 초목과 지형지물로 인해 비상시 쉽게 도움을 받기 어려운 구간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제주 주변해역의 해저 황폐화, 혹은 갯녹음 현상의 확산이다. 제주지역의 청정지역 이미지에 깨끗한 바다와 다양한 해산물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직접적인 기여 외에도 제주연안 자연여건 보존은 제주생태계전체의 보존에 중요한 한 축이 된다.

제주바다의 지속적인 황폐화는 벌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연안 어업의 실질적 종식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만약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제주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모를 불길한 일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초부터 나타난 현상이라 하니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잠재적 파급효과가 큰 것에 비해 제주해안지역에서 이 현상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 정보가 부족해 보인다. 관련된 정보가 매우 간헐적이고 산발적이어서 접하는 이를 더 불안하게 한다.

환경변화에 기인하는 수온상승과 그에 따른 일반적 부작용 등에 대한 기존의 과학적인 연구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바다와 유사한 여건의 국내·외 도서지역에 대해 행해진 연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 기존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제주해안의 변화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를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황폐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 제주의 인공적인 요인이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간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저환경 개선사업에 더해 주요 인공적 요인을 찾아내어 이들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양식장 오폐수, 장마철 토사유입 등이 언급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물고기를 인공적으로 기르는 과정이 원래 서식 환경을 파괴하는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토사의 경우 섞여있는 화학비료와 같은 것이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제주바다 황폐화에 대한 해결책은 제주 농수산업 방식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복잡한 문제인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등한시했던 것은 아닌지 모른다. 해결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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