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세번째 아시아 투어 콘서트…3천 관객 환호

1969년 영국의 팝스타 클리프 리처드의 첫 내한공연이 이러했을까.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김준수의 공연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으로 마치 수십 년 전 해외 스타들의 국내 공연을 떠올리게 했다.
 
태국의 주요 공연장 중 하나인 방콕 썬더돔(Thunderdome)을 가득 채운 3천여 명의 팬들은 김준수의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가 땀을 닦거나 목을 축이는 사소한 행동에도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준수도 이역만리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고자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온 힘을 다해 무대 하나하나를 펼쳐나갔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대형 LED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이 나온 것은 이날 오후 6시께.
 
오프닝 퍼포먼스를 위해 등장한 남성 댄서의 화려한 무대에 관객들이 방심한 찰나 김준수가 무대 한가운데서 점프하듯 튀어나왔다.
 
김준수의 깜짝 등장에 관객들은 함성과 함께 손에 든 야광봉을 흔들며 반겼다. 어둠 속에서 야광봉이 연출하는 붉은 물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었다.
 
김준수는 파워풀한 댄스곡인 '인크레더블'(Incredible)로 첫 무대를 열었다.
 
빠른 박자의 노래에 격렬한 춤이 수반되는 곡이지만 김준수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노래를 소화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치 CD를 재생하는 것처럼 라이브 무대를 소화한다고 한때 그의 이름 앞에 'CD 소년'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던 일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첫 곡을 마친 뒤 "너무 뵙고 싶었다. 새 앨범, 새 곡들로 공연을 가득 채우겠다. 기대해달라"는 말로 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통역사가 그의 얘기를 전하자 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한국어로 "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최근 발매한 3집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엑스송'(X Song)을 선보였다. 그가 무대를 위해 겉옷을 벗으면서 맨팔을 드러내자 팬들은 다시 한번 자지러졌다.
 
마치 과열된 무대를 식히기라도 하듯 그는 '럴러바이'(Lullaby), '러브 유 모어'(Love You More), '리치'(Reach), '나의 밤' 등 발라드곡으로 다음 무대를 이어갔다.
 
그러나 팬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럴러바이' 무대에서 그가 섹시한 안무를 할 때마다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으며 사전에 준비한 듯 '러브 유 모어' 무대에선 일제히 꽃 그림 피켓을 머리 위로 들고 노래에 맞춰 흔들었다.
 
특히 그가 태국팬들의 답을 바로 알아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며 "태국말을 배우고 싶다. 태국어 특유의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가 참 예쁘다"고 말하자 팬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했다.
 
 
이런 팬들의 노력만큼이나 김준수의 배려도 돋보였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마치 숲 속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느낌으로 들어달라"(나의 밤), "친형이 작사했다. 나비가 되고 싶은 애벌레의 꿈을 담은 곡이다"(나비) 등 중간 중간 3집 수록곡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김준수 공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코너인 '지니타임'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태국팬들의 요청에 랩을 선보였으며, 이번 공연 리스트에서 빠진 '헬로 헬로'(Hello Hello)를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또 그가 부른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도 메들리로 들려주고, 국내서 출연했던 뮤지컬 곡 일부도 마치 실제 뮤지컬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 보여줬다.
 
 
뭐니뭐니해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그의 예고대로 3집 타이틀곡 '꽃'의 무대였다.
 
김준수는 공연에 앞서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꽃'이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며 "한 공연 안에서 또 다른 작은 공연을 보듯이 감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예고처럼 댄서들과 함께 연출한 이 무대는 웅장한 멜로디에 화려한 군무가 어우러지며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그는 이 곡으로 무대를 마무리했으나 팬들이 그의 이름을 계속 외치며 앙코르를 요청하자 다시 등장해 '사랑숨'과 'F.L.P'를 들려줬다.
 
 
이번 공연은 '한류 스타'로서 김준수의 위상을 가늠케 했다.
 
방콕 공연의 티켓 가격은 자리에 따라 1천800~5천500바트(한화 약 6만2천~18만8천원)선이었다. 태국의 일인당 평균소득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액수라고 공연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럼에도 김준수의 오랜 팬들이 많아 좋은 좌석은 일찌감치 판매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태국 여성팬 찌얍(28) 씨는 "2012년과 2013년 공연도 다 봤다"면서 "항상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최고의 아티스트다. 언제 또 태국에 올지 벌써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팬 푸(40) 씨도 "준수의 팬이 된 지 벌써 10년째"라면서 "매번 잊지 않고 태국을 찾아줘서 고맙다. 또 그의 음악으로 힐링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과 일본 오사카, 중국 상하이 등에서 공연을 펼친 김준수는 방콕에 이어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 나고야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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