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립국어원의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새로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 포함된 13개 항목 중 '개기다'(개개다) '꼬시다'(꾀다) '딴지'(딴죽) '섬'(섬뜩) '속앓이'(속병) '허접하다'(허접스럽다) 등 이른바 '속된 표현'으로 분류되던 어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표준어 '개개다'는 '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다'라는 뜻으로, 별도 표준어인 '개기다'는 '명령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버티거나 반항하다'는 뜻의 속된 표현으로 나눴다. 통용되는 정도를 보면 '개개다' 보다 '개기다'쪽이 보다 익숙하다. 이런 분류가 결국 '현실'이란 얘기다.

10년마다 새로운 언어 사전을 펴내는 스웨덴학술원이 '남성'과 '여성'이 아닌 성(性) 중립성을 띄는 대명사 'hen'을 공식인정했다.

'hen'은 스웨덴에서 남자를 가리키는 'han(영어로 he)'과 여자를 가리키는 'hon(영어로 she)'을 합한 단어로, 자신이 굳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리기 원치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양성평등이 이뤄진 나라의 '현실'인 셈이다.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가족부로 부처 명칭을 변경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오는 7월 여가부의 모법(母法)인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서 명칭만 여가부일뿐 국무총리 주재 회의나 책임관, 기념주간 등의 명칭은 이미 '양성평등'으로 바뀐 지 오래다. '현실'적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동안의 과정을 보면 입이 씁쓸하다.

여가부는 1988년 정무장관(제2)실로 시작해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 2001년 여성부, 2005년 여성가족부, 2008년 여성부, 2010년 여성가족부로 지난 20여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서 명칭이며 소관 업무가 바뀌었다.

2013년 박근혜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양성평등부' 재편 논의가 있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역할이다. 이번만큼은 기류 편승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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