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26. 박용근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

▲ 박용근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은 인생 후반기에 대해 내리막길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젊었을때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권 기자
노후준비 위해 환갑 무렵 귀향
초보 농사꾼 한라봉 재배 도전
귀농귀촌인들 조력자 역할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했죠"
 
제주 한라봉의 맛과 향에 취해 귀농을 결심한 박용근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60)은 공자 논어의 글귀를 인용해 '인생 2막'의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30대 초반에 제주를 떠났던 그는 경북 포항에서 동양난 전문점을 운영했다. 고향에 대한 향수에 가게 상호를 '삼다 난원'으로 지을 정도로 늘 가슴에 두고 지내왔다.

오랜 객지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환갑을 바라볼 무렵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년 넘게 운영해오던 가게를 정리했다.

26년만에 인생을 바꾼 무대는 '고향 제주'였다.

사촌 형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형수 혼자 힘겹게 가꿔 오던 농원에서 첫 수확한 한라봉을 맛보고는 그 길로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밭을 개간하는 등 손에 흙을 묻히기 시작했다.

2012년 귀향 당시만 해도 혼자 내려와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야간귀농 교육을 받으며 정착 준비는 물론 농업기술원에서 만감류 재배교육 등을 통해 초보 농사꾼으로의 단계를 밟아갔다.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고생한 끝에 4~6년생 한라봉 묘목 1000그루를 1만㎡ 과수원에 옮겨 심었다. 그때까지 꼬박 1년. '가족'은 두번째였을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골괭이(호미) 한번 잡아보지 않은 사람이 농사 짓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난을 키웠던 노하우와 농업기술원 직원들을 매일같이 '귀찮게'하며 2년만에 첫 수확을 하는 것으로 달라졌다.

농장 이름을 첫 손녀의 이름을 딸 정도로 열정을 갖고 일하는 그는 요즘 "농작물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0월부터 한림읍 지역은 물론 제주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아 귀농귀촌인들의 정착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박용근 회장은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일지 몰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며 "내리막길이라 생각할 게 아니라 젊었을때 못지 않게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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