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이 바다인 제주에는 '여'가 발달해 있다.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있으나 썰물 때는 모습을 드러내는 곳 가운데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서귀포시 토평동 '검은여'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자랑하던 이곳에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며 경관을 망치고 있다. 그것도 불법적으로 시설이 이뤄졌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서귀포시는 2012년 11월 사업비 2억원을 들여 '검은여 테우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해안가에 돌을 쌓고 준설을 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검은여 지역에 인위적인 시설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사업 성격을 감안하면 이해할만 하다. 문제는 이후의 일이다. 준설 이후 태풍 등으로 인해 흙 등이 유실되는 일이 빚어졌다. 인위적인 시설 설치에 따른 문제점을 간과한 것이다.

시는 흙이 유실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흙 유실 방지를 이유로 공유수면 660㎡를 아예 시멘트로 메우는 평탄화 작업을 했다. 회색빛인 시멘트 시설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현무암이 펼쳐진 '검은여'의 풍광을 볼품없게 만들고 말았다. 더욱 큰 문제는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허가 등 행정절차도 밟지 않은 것이다. 행정이 나서 불법시설물을 설치하며 자연을 훼손한 것이다. 

서귀포시는 콘크리트 부분이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걷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서귀포시가 불법 시설물에 2000만원을 투자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를 철거하기 위해 다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으로 한심하다. 근시안적인 공무원들의 시각 때문에 아름다운 해안경관이 파괴되고 예산까지 낭비하는 일이 빚어지게 됐다. 

공유수면 불법매립이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일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을 명확히 따지고 책임을 지음으로써 공무원들이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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