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관계자 인터뷰 중 "사전에 통합과 관련된 작업을 추진하는 안 논의했었다." 발언
'국내 조기통합 갈등 심화된 상황에서 부적절한 태도…' 비판 이어져

하나금융 측이, 외환-하나은행의 미국 진출에 대해 사전 논의가 이루어졌었다는 인터뷰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오는 6월 말까지 양 행의 조기통합 과정은 일체 중단된 상태다. 하나금융 측이 '가처분 이의 제기'를 신청하며 법원에 판결에 반기를 들기는 했지만, 외환은행의 상황을 바라보는 사법부와 사측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판결이 번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조기통합에 대해 '노·사 합의가 우선'이라는 소신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직원들과 사법부, 금융당국까지 나선 상황에서 하나지주가 무조건적으로 통합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외환-하나은행의 조기통합이 중단되면서, 하나지주가 논의 중이던 미국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하나지주 측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금융당국의 인가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관계로 사전에 통합과 관련된 작업을 추진하는 안을 논의했었다."며 "한국에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 금융당국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따라 관련 작업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합과 관련된 작업을 추진하는 안'이라는 발언이다.
비록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미국 진출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외환은행 직원은 "국내에서 조기통합으로 인한 노·사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은행의 미국 진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었다는 점이 충격이다." 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어떠한 진행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는 직원들을 배려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의 인가를 받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운 것도 직원들의 반발을 야기했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2016년 은행 계좌이동제 시행에 대비해 양 행 IT통합은 반드시 필요할 것' 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연임 초반부터 직원들의 민심을 잃으며 고전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직원들의 민심을 수습하며 화학적 통합 시너지를 이끌어내야 할 시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오히려 반발을 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 측이 관계자의 인터뷰 발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조기통합 갈등으로 노·사 갈등이 깊은 만큼, 하나금융 관계자들이 조금 더 신중하게 인터뷰에 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특히 많다. 김정태 회장은 '화학적 통합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발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의 마음을 더욱 고려한 신중한 경영진의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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