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지역아동센터 제주지원단장·논설위원

   
 
     
 
우리사회에 증세- 복지축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복지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세수는 계속 펑크가 나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복지를 축소할 수 없는 상황인데 증세 역시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올해 115조 원으로 국가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지출(30.8%)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의 86조원에 비하면 약 34% 증가한 금액이다. 이 증가 추세라면 2030년 복지지출이 전체 국가예산의 절반을 넘어서고 2060년에는 900조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감당할 수없는 복지지출은 나랏빚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514조원으로 GDP 대비 37% 수준이던 국가채무는 2030년 60%를 넘는다. 2060년이 되면 GDP 대비 168.9%, 무려 1경4612조원의 빚더미에 묻히게 된다. 국민 1인당 3억3000만원이다. 국회예산처가 2014년~2060년 우리나라 장기재정을 전망한 내용이 이렇다.

그렇다고 복지가 충족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상보육과 무상복지를 두고 어느 것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싸움판이 벌이지고 있다. 여타의 복지도 파열음은 마찬가지다.

재정이 위기상황이지만 복지를 줄이기도 어렵다. 노인빈곤율 48.6%, 노인절반이 빈곤층이다. 허덕이는 노인의 삶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가 노인세대로 진입하기 시작하면 노인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현재의 복지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복지예산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고착화된 저 출산의 여파로 '인구절벽'의 위기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노년인구가 유년인구보다 많아지고 생산인구는 감소한다. 국가적 재앙을 막으려면 출산장려를 위한 복지 또한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도 뭉텅이 돈이 들어가야 할 일은 첩첩이 쌓여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이 '증세와 복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증세가 답이라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복지축소가 해법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여·야는 물론 당정 간 갈등이 빚어지는가 하면 각 당 내부에서조차 사안별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참, 난해한 방정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증세와 복지 축소는 상반되는 듯 하지만 한 묶음이라는 점이다. 재정에 맞추려는 해법이 복지 축소라면, 복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증세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양극화의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복지를 축소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재정이 파탄으로 치닫는 것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이분법적으로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답은 모두 알고 있다. 복지를 축소하지 않고 재정적자를 해결할 방안은 증세뿐이라는 것을. 

다만 증세는 풀어내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증세의 물꼬를 터야 할 정치인에게 증세는 뜨거운 감자다.

세금을 더 걷으려할 때마다 국민의 저항과 반발이 있었고 선거 판세를 뒤흔들 정도의 폭발적 영향력으로 작용되어 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국민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치 않다는 사실을 다 안다. 그러니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증세를 거론한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포퓰리즘을 가려낼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복지와 세금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우발적인 구호에 의해 누더기처럼 복지를 확대해 왔다면 이제 인기영합을 접고 단정한 모습으로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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