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지난주에 독감으로 모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있는데,  열이 잘 안 떨어진다면서 보호자가 왔다. 해열제를 계속 쓰는데도 열이 39도를 넘으면서 안 떨어진다고 했다.

일단, 찬 성질의 약들로 구성된 처방을 했다. 열이 나는 건 양(陽)이 성해서 나는 거니까음(陰)을 보충시켜준다는 의미로 했던 것이다. 그래도 열이 잘 안 떨어졌다. 환자 상태를 다시 물어보니 약을 투여 후에도 투여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소변도 잘 안 나오고 땀이 잘 안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이 더 안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독감으로 열이 나면서 몸이 힘들어 하는데 체온조절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자기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떨어졌다는 판단으로 체력을 보강시키면서 은은하게 땀을 내서 해열시킬 수 있는 처방으로 투여를 다시 하게 되었다. 반대로 이번엔 찬 성질이 아닌 따뜻한 성질의 약물로 투여를 했다.

그랬더니 해열제로도 잘 안 잡히던 열이 잡히는 것이다.

열은 정상처럼 37도까지 내려가서  양약의 해열제를 안 쓰고 그냥 타미플루만 투여하게 하였다.

흔히들 양약은 약효가 빠르고 한약은 늦다고 생각들을 많이 한다. 오래 전부터 한약은 치료제가 아닌 보약으로 건강식품정도로만 인식을 해서 그런 것이 남아있던 것이다.
하지만 한약도 엄연한 치료약들이고 흔히 말하는 보약도 체질에 맞는 치료약인 것이다.

밥맛이 없고 힘이 빠진다는 환자들한테 약을 투여하면 며칠 내로 효과가 나야 만족을 하는 것이다. 그만큼 한약도 효과가 빠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 방금 기쁜 소식을 들었다. 입원 5일 만에 그 환자가 퇴원한다고 한다.
이런 것이 의사로서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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