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재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유통을 지배하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카길, 콘티넨탈, 아르헨티나 붕게 같은 세계적인 곡물메이저기업 등 공급을 장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가격 결정권은 유통을 총괄하는 쪽이 갖는다. 농업도 유통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분야다. 유통을 잡아야 농업이 산다. 이를 위해 최근 도내 23개 농·축협과 제주지역조합공동사업법인, 그리고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직원들이 참여하는 '제주농협 농축산물 유통혁신협의회'가 발족됐다.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와 가격 지지를 위해 농협의 조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의지의 결과다.

제주농협 본부장으로서 이번 유통혁신협의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들쑥날쑥 하던 월동채소류가 최근 몇 년간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으로 농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고, 노지감귤 조수입인 경우에도 2013년 5264억원까지 고공행진하다 지난해는 3484억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아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 유통환경도 농업에 유리하지 않은 흐름이다.

이에 농협 중심의 농산물 유통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행정에서도 1차산업의 미래를 위해 강력한 의식, 고품질, 유통 혁신에 대해 협치의 대상인 농협이 중심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조합장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지역 조합장들 역시 한 목소리로 농협의 판매, 유통 역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제주농협 유통혁신협의회는 제주도 농업 여건을 반영하여 밭작물, 감귤, 축산 등 3개 분과로 운영된다. 현실성 있는 유통혁신을 위해 각 주산지 농협별로 실무 책임자를 위원으로 선정하였고, 매월 한차례 정기회의를 열어 현안 해결을 모색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갈 과제들도 발굴하면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농산물 유통처리에 농협이 중심이 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유통혁신협의회를 통해 농산물 유통 개선 방안과 미래 농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농협의 자체 대책을 마련하고, 농정 당국에 건의할 시책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 나갈 예정이다.

유통혁신협의회와 제주도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환경 농업정책, 생산량 조절, 작목전환, 품종갱신 그리고 안정적인 유통 인프라 확충, 시장 확보 등을 위해서는 현장의 정확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농협과 행정의 협력시스템이 좀 더 발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농협에서도 유통혁신협의회를 통해서 판매농협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협력하여 감귤과 월동채소류의 농협 계통 출하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농협이 처리하는 물량이 60~70%까지 올라가게 되면, 수급조절과 품질관리를 통해 산지가격을 지지하고 시장 상황에도 좀 더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통혁신협의회가 제주 농업을 위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제주에서 자라난 청정 농축산물이 좋은 가격에 원활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제주 농협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임을 이 참에 약속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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