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세월호 참사 1년…제주는 안전한가
[르포]제주-완도 여객선 타보니…
강화된 승선 절차 '신분증 지참' 검사 수준 그쳐
구명조끼 위치·비상상황 대처요령 등 전달 미흡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됐던 '안전 경각심'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발목 잡혀 있었다.
11일 오전 10시 제주항연안여객선터미널. 완도행 여객선인 한일블루나래(3032t·선령 22년) 발권이 시작되자 수십명의 승객들이 한 줄로 늘어섰다.
세월호 참사 직후 승선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승객들은 '발권-개찰-승선' 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신분증을 제시해야 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신분증을 모아와 한 번에 표를 끊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신분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안전 절차도 무시돼 버렸다.
개찰 역시 검문·검색 장비 없이 형식적으로 표와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허술했다. 승객 중 누군가가 흉기 혹은 폭발물을 소지한 채 배에 올라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강화된 승선 절차가 '승객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있나'를 검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오후 12시 여객선이 출발하자 선내 TV에서 '출항 후 유의사항'이 방송됐다.
구명조끼의 위치와 착용법, 비상상황 시 대처 요령, 각종 안전장비 사용법 등이 안내됐지만 승객들은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아예 갑판에 나가 있었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의사항은 바람과 엔진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선내에 부착된 '비상시 탈출경로도'는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선박 구조 및 각 위치가 영문으로 된 전문용어로 표기되는 등 '설계도면'과 다름없어 일반 승객들은 쉽게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화물 적재는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의 경우 앞·뒷바퀴에 각 한 개씩 고임목이 괴어져있었으며, 네 바퀴 모두 바닥과 연결된 밴드로 고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선사의 안전 관리 미흡과 승객들의 '안전 불감증'이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제시한 수많은 안전 대책들이 여전히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경호 기자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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