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세월호 참사 1년…제주는 안전한가

▲ 세월호 참사 이후 승선 절차가 강화됐지만 신분 확인이 미흡한 것은 물론 검문·검색 장비도 없어 단순히 '신분증 지참 여부'를 검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11일 제주항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완도행 여객선에 오르기 전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르포]제주-완도 여객선 타보니…
강화된 승선 절차 '신분증 지참' 검사 수준 그쳐
구명조끼 위치·비상상황 대처요령 등 전달 미흡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됐던 '안전 경각심'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발목 잡혀 있었다.
 
11일 오전 10시 제주항연안여객선터미널. 완도행 여객선인 한일블루나래(3032t·선령 22년) 발권이 시작되자 수십명의 승객들이 한 줄로 늘어섰다.
 
세월호 참사 직후 승선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승객들은 '발권-개찰-승선' 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신분증을 제시해야 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신분증을 모아와 한 번에 표를 끊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신분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안전 절차도 무시돼 버렸다.
 
개찰 역시 검문·검색 장비 없이 형식적으로 표와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허술했다. 승객 중 누군가가 흉기 혹은 폭발물을 소지한 채 배에 올라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강화된 승선 절차가 '승객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있나'를 검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오후 12시 여객선이 출발하자 선내 TV에서 '출항 후 유의사항'이 방송됐다.
 
구명조끼의 위치와 착용법, 비상상황 시 대처 요령, 각종 안전장비 사용법 등이 안내됐지만 승객들은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아예 갑판에 나가 있었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의사항은 바람과 엔진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선내에 부착된 '비상시 탈출경로도'는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선박 구조 및 각 위치가 영문으로 된 전문용어로 표기되는 등 '설계도면'과 다름없어 일반 승객들은 쉽게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화물 적재는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의 경우 앞·뒷바퀴에 각 한 개씩 고임목이 괴어져있었으며, 네 바퀴 모두 바닥과 연결된 밴드로 고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선사의 안전 관리 미흡과 승객들의 '안전 불감증'이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제시한 수많은 안전 대책들이 여전히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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