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열 제주관광공사 사장

   
 
     
 
현대사회는 IT 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산업이 서로 융합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시대에 맞추어 제주를 둘러싼 관광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변화 속에서 우리는 '빠름의 역설'에 갇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대도심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제주는 말 그대로 '로망'의 대상이다. 대도시에 없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여유로움,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햇살과 바람. 필자도 세계 유수의 관광지를 다녀봤지만 제주만큼 훌륭한 자연경관을 가진 지역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문화 역시 독특하다.

삶 속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과욕을 부리지 않으며 기쁨도 슬픔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수눌음 정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 '느림의 미학'을 관광에 접목하여 제주관광 발전의 가치를 배가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 '느림의 미학'을 공정여행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1990년대에 대량관광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생태관광이 거론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녹색관광, 공정여행 등으로 발전되어 왔다. 제주는 올레길을 비롯하여 곶자왈, 숲길, 오름 등 다양한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공정여행을 실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도시인들 역시 심리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안식처로서 제주를 최고로 여기고 있다.

한 단계 더 도약할 때다. 관광객들은 제주의 길을 걸으면서 단순하게 제주의 풍광을 보는 것에 그치고 있는데, 이를 마을관광으로 연결하여 제주의 참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역주민이 관광 사업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도내 주요 해변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지만, 제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사례는 많지 않아 보인다.

2013년부터 공사에서는 지역주민이 관광산업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지오푸드)과 가공식품(지오팜) 개발,  지오하우스, 지질트레일, 그리고 지질마을 해설사 양성 등 모든 것이 마을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교류하면서 만들어가는 행복한 제주관광. 이는 공정여행을 향한 시작이며 우리가 관광산업의 주체가 되어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이를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마을마다 독특한 스토리와 다양한 체험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체험거리를 국내·외에 홍보함과 동시에 관광상품화를 추진하고, 제주의 오름과 마을을 연계한 관광코스화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 예전에는 일본과 독일 지역으로 농어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벤치마킹을 했지만, 머지않아 해외에서 우리 제주를 벤치마킹하러 올 것이다.

지역주민이 관광산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관광객과 소통하고모두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공정여행은 아름다운 제주를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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