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농협대학교 겸임교수·논설위원

   
 
     
 
올해 3~4월은 유별나게 엄청 추워서 꽃샘추위라기보다는 한파라고 해야 할 날씨가 많았다. 하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참으로 경이로운 사계절의 순환이며, 변화이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신비롭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시 한편을 메일로 보내왔다.

제목이 초춘예찬(初春禮讚), 즉 초봄을 찬양한다는 것이다. 지난겨울 필자는 논문심사, 재심사, 논문발간 등으로 엄청나게 압박 당해서인지 유달리 춥고 길게 느끼던 바였기에 저절로 클릭하여 보게 되었다. 메일의 내용은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년)이 지은  「침상에 누워(伏枕)」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 해 주는 것이었다.

"골골하며 누웠자니 세월이 빨리 흘러 /뒤뜰의 매화가 피었는지도 몰랐다가/ 벌 이끌고 문으로 들어오는 아이 손에/ 들려 있는 꽃가지를 보고서야 알았네/ 伏枕厭厭歲月催(복침염염세월최)/ 不知花發後庭梅(부지화발후정매)/ 一枝見在遊兒手(일지견재유아수)/ 引得輕蜂入戶來(인득경봉입호래)"

영영 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칼바람이 매서웠지만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피어나고 백목련도 어느새 피었다가 지는 봄이 오는 줄도 모르게 온 것이다. 힘들었던 겨울을 보낸 입장으로서는 봄이 오는 것이 더욱 기쁘고 반갑다.

울림의 소리꾼 가수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는 봄이 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였던 조국의 억압받는 고통의 현실을 표현하면서도 봄이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려는 게 시인의 마음이라고 본다. 일제 36년의 엄동설한과 같은 절망적인 시절도 해방의 봄을 막지 못한다. 일제 말기에 소위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이 친일파로 변절하였다고 한다. 일제의 마지막 발악적 강박에 강제징용을 찬양하고 일본의 황국신민화를 권장하는 변절을 한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 하였는가, 아마도 봄이 온다는 믿음을 못 가졌는가, 아니면 봄을 기다리다 지쳐서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변절자 보다는 불굴의 애국지사들이 있어 조국은 당당히 독립을 맞이하고 건국이 되었다. 지금은 당당히 무궁화 꽃이 피는 자유대한민국이 되었다.

요즘 서민들은 경제 불안 때문에 공무원들은 연금개혁 때문에 마음속에 냉기가 흐른다. 특히 경기 불황을 반영하여 임금절벽과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 등 5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젊은 청년들의 마음에는 삭막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녹여줘야 할 정치는 자기들만의 패거리 정치로 오히려 더 국민의 기분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온다. 일제 36년 동안 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친일파로 변절하듯이 지금이 춥다고 절망하고 자포자기 하지 말자! 그리고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년퇴임한 S전교장께서 '로봇다리 김세진' 동영상을 보내왔다. 두 다리와 오른팔이 없는 장애우를 입양한 엄마는 그에게 뼈를 깎는 수술을 하고 의족을 한 다음 이부자리위에서 혹독하게 넘어트리기 재활 훈련을 하였고 지금은 수영 국가 대표선수가 되었다.

동영상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독자들께서도 인터넷에서 '세진이' 또는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를 검색하여 보시기 바란다.

희망의 봄은 혹독한 추위의 겨울 다음에 오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지금의 어려움은 내일의 행복의 봄을 맞이하는 필수 과정인 것이다. 멘토 인 모선배가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지금 살아있음에 매사 감사한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살자"라는 말이 힘이 되어준다. 반드시 희망의 봄이 온다는 믿음을 갖고 견디어 내자! 비록 그 봄이 영원하지도 않을 것이고, 왔다가 가야되는 봄이지만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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