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온 세계가 '음식문화 전쟁'이다. 나라마다 고유의 음식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특히 전통음식문화는 공동체 내에서 소통하는 집단적 특징을 지닌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오랜 기간을 거쳐서 식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허나 오늘날 전통음식문화는 글로벌화와 젊은 세대의 관심 부족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음식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기 위해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2010년 프랑스·지중해 지역·멕시코 등 세 지역의 음식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채택했다.

요리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2008년 유네스코 등재신청에서 낙방하기도 했다. 그 후 '유럽식문화연구소'의 갖은 노력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프랑스 전통 미식'으로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프랑스 전통 미식'은 출생·생일·결혼 등 일생 의례식에서 사회적 관습의 전승을 중매한다는 것이 그 선정배경이다. 한편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모로코 등 지중해 주변 4개국도 5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동으로 등재신청한 끝에 2010년 '지중해 식단'으로 등재됐다. 그 후 2013년 포루투갈·사이프러스·크로아티아 등의 신청도 받아들여 7개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유네스코 음식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가장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인 나라는 멕시코다. 멕시코는 전통음식문화가 가장 다채로운 서남부주 미초아칸의 향토요리에 주목했다. 인증을 받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힘썼으며, 수차례 실패를 겪다가 프랑스와 지중해 국가들과 함께 등재됐다. 유네스코에서는 미초아칸의 향토음식문화와 연계된 의례와 축제 등 공동체 관습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2013년 말 이웃 일본은 일식을 '화식, 일본인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성공적으로 등재했다. 그동안 일식을 전통적인 문화의 영역으로 집요하게 지켜온 일본인의 노력을 세계가 4번째 국가로 인정한 셈이다. 같은 해 한국은 김장문화가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리스트에 올려 김치의 종주국임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주음식문화는 어떠한가. 제주음식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만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제주에는 음식문화 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가치도 높아 등록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을만하다.

그런데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사회적 습관, 정체성, 서로 다른 문명간의 조화와 교류, 인류의 창의성이 담긴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는 멕시코 미초아칸 주의 향토음식문화 정책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미초아칸 전통향토요리는 옥수수와 콩 그리고 칠리고추를 기본으로 구성된 에스닉(ethnic) 음식문화가 그 특징이다.

문제는 제주음식문화에 대한 학자들의 시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제주음식의 조리레시피, 맛과 영양 등 식품학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우선 민속(샤머니즘, 생활문화)·역사(북방유목민족과의 만남)·철학(음식 사상) 등 인문학과의 창의적 융합을 통해 제주음식문화의 원형질(DNA)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제주도는 제주음식을 인류무형유산의 잠정목록으로 정하고 보호와 전승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음식문화유산의 발굴·기록·연구·보존 등을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제주의 음식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후손들에 전승하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세계적인 '음식전쟁 문화전쟁'에서 제주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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