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만나 테러 대책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반 총장은 회동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반 총장 자신의 차기 대권 출마를 막고자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전 주장과 관련해 "당혹스럽다"면서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대망론에 대해 거듭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은퇴 후의 '소박한 계획'까지 일부 공개하며 정치권과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전 자신에 대한 수사가 반 총장과의 관계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의 '근거 없는' 주장을 고리로 국내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사실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반 총장 측은 앞서 반기문 대망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11월에도 공식 '언론대응자료'를 배포해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부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얽히는 게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또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도 자꾸 그런 것처럼 비칠 경우 국제무대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테러 위협 등 주요 국제 이슈 해결에 앞장서야 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며 국내 정치와 선 긋기를 해왔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 행사의 만찬 연설에서도 국내 정치와 선을 분명히 긋고 노후 계획의 일부를 공개했다.
 
질의응답 막바지에 반 총장은 최근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를 유엔의 첫 '지뢰제거 특사'로 임명하면서 자신을 '008' 요원으로 불러달라고 농담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은퇴 후 '008 요원'으로 일하거나,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녀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반 총장은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성 전 회장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가벼운 미소를 보이고 손을 흔들 뿐 구체적인 언급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처럼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반기문 대망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그의 임기 및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기가 공교롭게도 차기 대선 꼭 1년 전인 2016년 말에 끝나는데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자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급속히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막고자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반기문 대망론을 앞세워 여야 인사들을 두루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의 입을 통해 '반기문 야당 후보론'이 회자된 바 있는데 당시 이 같은 뜻을 타진한 주요 인사 중 한 사람이 성 전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관 출신 인사는 "성 전 회장이 충청포럼을 기반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는 소문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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