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27. 정지란 그림책 작가

▲ 10여년전 제주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정지란 작가는 5월 창작동화전 준비와 두번째 전집작업으로 바쁘지만 설렌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 권 기자
제주 내려와 본격 미술공부
지난해 첫 그림 동화책 출판
"하고 싶은 일 하니 즐거워"
 

"안된다는 제약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찾으려 하면 거짓말처럼 연결되더라구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정지란 그림책 작가(49)는 부모 반대에 막혀 학창시절 내려놨던 미술용 연필과 붓을 들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식 키우랴 살림 꾸리랴 꿈같은 건 잊고 산 지 십 수년이 흘렀음에도 40대 중반 나이에 그가 '도전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미처 이루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 전공 역시 지리학이라는 전혀 동떨어진 학문을 택했지만 늘 '그림' 주변을 맴돌았던 그였다. 대학시절에는 화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결혼 후에도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을 하곤 했다.

그런 그에게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곳은 다름아닌 제주였다. 2003년 제주의 자연경관에 반해 고향인 서울에서 내려와 자리를 잡고서는 학원 강사직을 내려놓고 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2010년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처음 개설한 동화 원화 그리기반에 들어간 뒤 1년 만에 동아리 회원들과 첫 전시전을 여는가 하면 4점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목마름은 더 큰 갈증을 불러왔다. 미술 전공을 못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급기야 서울 유명 일러스트 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그렸던 그림을 들고는 직접 원장을 찾아가 평가를 받았다.

열정이 통했을까. 학원 졸업생들의 60권짜리 전집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난해 5월 '도자기가 첨단산업?'이라는 첫 그림 동화책을 출판했다.
 
남편의 외조도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남편이 직접 인테리어를 해 준 덕에 '아이 일러스트'라는 작업실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 작업공간은 주방에 펴 놓은 상이 전부였다.

"비 오는 날 나만의 공간에서 차 한잔에 비스킷 먹으며 그림을 그리면 입가가 저절로 올라가요" 오는 5월 열게 될 창작동화전 준비와 두번째 전집작업에 하루하루가 설렌다.

정지란 작가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해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웃음지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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