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석유 자원은 무한정할 것으로 인식되던 1970년대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었다. 당시 다국적 정유회사인 셸(Shell)사는 석유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했다. 그러던 중  OPEC의 석유 공급 제한조치로 실제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다른 회사들은 도산이나 합병되는 등 대혼란을 겪었으나 셸은 여유가 있었다.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맞춰 이미 석유공급원을 중동외 다른 지역으로 다양화하고, 석유 비축량도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후 중위그룹에 머물던 셸사가 업계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셸사의 이런 성장에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시나리오별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경영 기법이다. 기업이 당면한 이슈를 도출하고, 이슈별 의사결정 요소 추출한 뒤, 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요인을 선정한다. 이어 시나리오를 여러 개로 조합, 각각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시나리오들의 전개과정 모니터링 등 총 6단계로 전개된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에 미치는 핵심영향요인을 파악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기업에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직장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셸사의 경우처럼 '예측이 아니라 대비'다. 평생직장의 시대가 아닌 지금, 일을 하는 모든 개인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커리어 시나리오 플래닝이 있어야 한다. 전직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중견업체 CEO와의 면담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조직의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 사람이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재고 없이 수리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직을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결행 전에 회사를 옮기고 싶은 사유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적성인지, 수입인지 등 그 이유가 분명해야 전직의 방향이 결정된다. 어딜 가나 어렵고 불만족스러운 것은 있기 마련이다. 불평불만에서 비롯된 전직은 실패로 결론나기 쉽다.

전직의 명확한 이유를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자기분석이다.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시장에서 소위 '잘 팔리는'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거나 평판이 좋다. 고용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요구에 맞는 '나'라는 상품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고용시장에 나갈 준비가 부족한 셈이다. 전직은 창업만큼이나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속한 일, 주어진 업무 속에서 기술과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트렌드의 최전방에 자신을 두어야 한다.

성공적인 전직을 위해서는 전문성만큼이나 인간관계 관리도 중요하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평소 철(鐵)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철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평소 일하는 분야, 일하고 싶은 분야의 사람들과의 교류와 진심을 담은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고용시장에서는 이른바 '평판조회'라고 하는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가 전직의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회사 동료나 상사, 부하직원들과의 관계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제주의 특성상 더더욱 그렇다.

위기관리 능력, 비단 경제분야에서만 적용되는 원리는 아니다. 제2의 인생, 전직을 꿈꾼다면 자신만의 커리어 시나리오 플래닝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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