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왔을 때에 짜던 베를 자름으로써 훈계했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와 더불어 자식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키 위하여 묘지근처에서 저잣거리로,그리고 다시 서당 가까이로 거처를 옮겼다는 삼천지교(三遷之敎)에 의하여 맹자의 어머니는 현모(賢母)의 귀감으로 추앙된다.

그런데 궁금한 건 그런 슬기로운 분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곧바로 바람직한 곳으로 이사가지 않고 어째서 비록 한번이나마 시행착오를 거쳤을까 하는 점이다.

삼각형의 2변의 합은 언제나 1변보다 길다’.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선생님은 이 공리를 가르치시면서 이걸 모르면 돼지만도 못한 멍청이라고 하셨다.세모꼴 길의 한 꼭지점에 음식을 넣고 다른 꼭지점을 우회해서 가는 그런 바보돼지는 없다는 이유를 대셨다.그런데 맹모(孟母)는 왜 돌아서 가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오답을 찾아 지웠다고 해서 정답이나 최선답(最善答)이 절로 얻어지는 건 아니다.특히 제시된 선택시(選擇肢)가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그게 집이든 사람이든 그밖의 뭐이든 간에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다음에 어떤 대안을 선택하느냐는 것이다.새로운 게 외려 바꾸기 전의 것만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런 경우를 두고 제주의 우리 조상들은 ‘밥 군건 떡 군 것만 못하다’는 속담을 남겨주었다.

정계의 ‘신구간’을 앞두고 낙천·낙선운동이 한창 세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비록 부적격자들을 어지간히 많이 골라내어 낙선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그게 곧 최적격자의 당선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오히려 역으로 우리가 여러 후보들 가운데 최선의 인물을 알아 뽑아낼 수 있다면,여타의 사람들이야 으레 떨어지게 마련이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에게 보다 쓸모가 있는 건 퇴출시켜야 할 결격자들의 명단이기보다는 공천되고 당선돼야 할 인사를 골라내는 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이다.

이런 점에서 일전에 출범한 총선 제주도민연대가 오는 총선거와 관련하여 다른 지방과는 달리 낙선운동의 추진을 일단 유보하고 대신에 후보자정보의 공개를 역점 활동의 하나로 정한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된다.나쁜 동네를 떠나는 것에만 골몰하여 아무 데로나 이사를 가서는 후회하고 또다시 이사가는 것 같은 우매한 짓을 선거에서 하지 않게끔,대상자들의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까지도 포함하여,그들의 속내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속속들이 밝혀내어 불편 부당하고 감연하게 제공해 주길 기대해 본다.

하지만 원래 좋지 않은 많은 것들을 버리는 일보다 가장 좋은것 하나를 골라내는 작업이 한결 어려운 법이다.집 물색이든 신랑·신붓감과 같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든 간에 퇴짜놓는 건 단 한가지 결격사유의 적시(摘示)만으로도 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최선의 것을 가려내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것저것 샅샅이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그 수행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게다가 호사다마(好事多魔)라지 않는가.가장 양질(良質)의 선량을 뽑아내는 일에는 산 넘어 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그러나 넘어야 할 건 넘어야 하고,또 넘기 어려운 만큼 넘으면 보람도 클 것이다.〈송상순·제주교육대학교 총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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