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선 1조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는 스위스를 4-0으로 완파하고 7승2무1패를 기록, 2위 슬로베니아(5승5무·승점20)를 플레이오프로 밀어내고 조 1위에 올라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예선탈락의 아픔을 씻고 8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모습을 보이게 됐다. 10월 현재 FIFA 랭킹은 21위.

러시아는 지난 58년 스웨덴월드컵에 처음 출전해 8강에 오르면서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이후 62년 8강에 이어 ‘전설의 골키퍼’ 야신이 활약한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오르는 등 70년 멕시코월드컵까지 네차례 연속 출전했다.

74년 서독월드컵과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는 잇따라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고 82년 스페인대회에서 12년만에 본선진출권을 따낸 이후 94년 미국대회까지 다시 4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지난 91년 옛 소련의 붕괴로 러시아로 이름이 바뀌면서 98년 프랑스대회에서 예선탈락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걷던 러시아 축구는 이번 본선 진출을 계기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다.

유럽의 명문구단에 활약중인 뚜렷한 스타 선수는 찾아볼 수 없지만, 티토프·호흘로프·알레니치예프 등 미드필더의 고른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94년 월드컵부터 대표로 뛰고 있는 스트라이커 베샤스트니크는 이번 예선에서 팀내 최다인 7골을 기록하며 간판 골게터 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예선 10경기에서 단 5실점으로 막아낸 탄탄한 수비진도 본선 진출의 밑바탕이 됐다.

94년부터 96년까지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올레그 로만체프 감독이 지난 98년부터 다시 지휘봉을 잡아 팀을 이끌고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우승을 이끈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을 지휘하는 등 한국과 유난히 인연이 깊은 러시아가 내년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올림픽 영광의 재현’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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