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등 심리적 압박에 더해 광범위한 '단서 수집' 나설듯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수사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소환한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하나같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도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경남기업 측의 증거 인멸이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귀인'을 기다린다"는 수사팀의 기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성 전 회장 측근 가운데 21일 가장 먼저 소환된 박준호(49) 전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비밀장부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했고, 22일 검찰에 나온 수행비서 이용기(43)씨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십수년간 성 전 회장과 동고동락한 핵심 측근들이다. 성 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던 터라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의 성패가 두 사람의 '입'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 전 상무를 비롯한 성 전 회장 측근들도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언론 등에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사가 대체로 순항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수사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다.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하고 리스트에 이름이 들어간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의혹을 부인했다. 측근들마저 입을 닫으면서 수사팀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수사팀이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우선 이들에게 다른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한 뒤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22일 새벽 참고인으로 조사하던 박 전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과거 검찰에서 기업 비리 수사를 했던 한 변호사는 "현재 수사팀으로선 의혹의 핵심 증인격인 이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심복들인 만큼 생전에 의심받았던 횡령·분식회계 행위를 몰랐을 리 없다는 전제 아래 경남기업 비리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일 수도 있다.  
 
이씨를 비롯한 성 전회장의 측근들을 추가로 체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럴 경우 별건수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수사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저인망식 '단서 수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대한 많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하나하나 꿰어맞추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 리스트 인사의 주변인물들이 예상보다 일찍 검찰에 나올 수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도 종종 수사가 벽에 부딪힐 때는 전방위적으로 관련 진술이나 자료를 모아 하나하나 따져가는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곤 했다"며 "이 와중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단서 하나가 수사의 활로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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