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해 도로 개설,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에 앞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과 각종 개발의 급증으로 인해 도내 각종 지표·발굴조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조사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 조사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내 문화재 발굴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국립제주박물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문화재연구소, 제주대박물관 등 4군데. 문화재 지표조사는 이들 기관을 포함, 탐라문화연구소가 조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제주문화재연구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발굴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발굴에 따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전 도내 발굴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제주대박물관의 인력이 제주문화재 연구소로 옮겨가면서 문화재연구소에 발굴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제주문화예술재단 부설 제주문화재연구소가 지금까지 발굴을 실시하고 있거나 지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만 해도 온평리·신천 마장굴·정의현 내아지·용담동 국제공항 착륙대 확장부지 등 문화재청의 허가가 떨어지거나 신청중인 것까지 모두 1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미 조사가 끝난 외도동 유물 산포지에 대한 조사까지 합치면 사실상 도내 발굴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 기관에 각종 발굴업무가 몰리고 있는 것은 도내 발굴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내 문화재 전문 인력 양성을 책임져야 되는 국립대학에는 고고학이나 민속학이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97년 교과과정 개편 이후 빚어진 현상이다. 국문학과에 구비문학개론이라는 강좌가 개설돼 있는 정도다. 사실상 도내에 문화재 관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전무한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서는 ‘도내 고고학 전공자들은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한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발굴은 늘어나는데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제주도는 민속학의 보고(寶庫), 고립된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타시도와는 다른 독특한 선사 문화를 지니고 있다.

민속·고고학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문화재 전문인력을 양성할 전문기관이 없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제주학 연구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제주문화재연구소 강창화 실장은 “대학 내에 고고학이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문화재 발굴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재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