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끝난 후]한라산놀이패 '사월굿'·민요패소리왓 '소리굿'

▲ 한라산놀이패(왼쪽)와 민요패소리왓이 4·3을 주제로 한 공연을 진행했다. 두 공연은 촌철살인 명대사와 감동적 노래 등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전세대가 공감하는 메시지 전달이 과제로 제시됐다.
촌철살인 명대사·감동적인 노래 열연 눈길
무거운 주제 탈피·전세대 공감방안 과제도

주말 제주는 4·3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다. 몸짓과 소리로 4·3영령들과 희생자들을 억겹의 세월을 위로하는 공연이 연달아 열린 것이다.

한라산놀이패의 25일 오후 4시 공연과 민요패소리왓의 같은날 오후 7시 공연을 관람했다.

연출 윤미란·대본 한진오씨가 맡은 이번 한라산놀이패의 '꽃사월 순임이-사월굿'에서는 4·3 해결과제를 소재로 삼아 '촌철살인'과 같은 대삿말들이 비수처럼 쏟아졌다. 

4·3희생자인 '고원평'의 딸인 '순임이'는 4·3 불량위패 척결 논란의 휘말린 희생자 2세대다.

"우리 아방이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울부짓는 순임이에게 사촌동생은 "우리가 다 알아도 나라가 몰라주는디 나가 어떵할 수 이수과"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또 "며느리만 제삿상 모셤시냐"라는 동네 아주망들의 대화 속에서 4·3희생자 며느리 진료비 지원에 대한 허점을 짚어냈다.

뒤이은 민요패소리왓의 4·3소리굿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공연은 4·3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 입체적 예술을 선보였다.

연출 변향자·대본 안희정씨가 맡은 이번 작품에는 1947년 3·1발포 사건부터 1948년 4·3과 이후 양민들의 피해, 무력충돌, 진압과정 등의 이야기를 대사없이 오롯이 노래로만 전달, 열연을 펼쳤다. 김수열 시·현희순 곡 '모두 함께 굿판을 열자' 등 4·3노래 15곡이 영화와 버무러지며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역사의 진실규명과 시대적 고통을 모두 담아낸 두 작품은 관객들이 쏟아낸 '눈물'이 완성도를 증명했다. 더할나위 없는 4·3진혼굿이었다.

다만 공연 대상이 '4·3유가족'이 아닌 전세대를 위한 것이라면 '공연 메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이날 두 공연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관람객이 유독 많았다. 도내 학교에서 진행되는 '4·3교육'처럼 자신의
아이들에게 4·3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엄마의 품에 안겨 "지루해"라고 징징대던 어린 아이의 투정이 그저 공연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지적'으로 받아들여 지길 바란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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