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최근 뇌물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당사자인 총리가 1번 타깃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한국사회의 속살을 보면서 다시금 한국사회에서 기부문화가 왜 빨리 정착되어야 하고 나눔 문화만이 이 얼어  붙은 사회를 녹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고리타분한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우리, 다시 한 번 뇌물과 기부의 차이점을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뇌물과 기부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대가(代價)의 유무'에 달려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바라고 주었다면 그것은 뇌물이다. 반면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주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기부이다. 그래도 기부와 자선이 미덕이 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우리사회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기부와 자선은 일면부지의 타인을 위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물 행위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문제점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가까운 동료, 더 나아가 조직과 조직간, 조직과 사람 간에 선물이란 이름에 걸맞은 기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 확산이란, 사실 아직도 버거운 과제일 수 있다. 선물도 제대로 못해 본 사람이 어떻게 기부와 자선을 그 이름에 걸맞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또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 기부자 역할만으로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기업이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적 역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착한 사람과 착한기업이 언제나 꼴찌가 된다는 일반적인 행태와 잘못된 믿음을 말끔하게 깨뜨리는 행위가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이다. 과소평가된 일반 서민들, 부드럽고 온화한 평범한 우리 기업인, 기부자들이 결국 성공의 맨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는 이번 스캔들을 통해 분명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성공한 다음 나중에 환원하려고 하는 대신, 먼저 베푸는 것이 훗날의 성공을 약속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확산될 때만이 이기주의와 물신숭배풍조가 만연한 우리사회를 다시 공동체사회로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누구에게 말없이 주고 돌아서는 행위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뇌물이거나 기부이거나. 말없이 건네주고 돌아서는 여러분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부뿐이다.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들은 그동안 '대가성 없는 기부라고?' '비현실적인 이상'이라고 폄하하고 비웃으면서 살아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옳은 것은 옳은 것, 틀린 것은 틀린 것. 누구를 탓하겠는가. 옳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아 온 자신들의 천박함을 부끄럽게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일이다.
 
결론적으로 받은 사람은 실패하고 '베푸는 사람(기부자)은 성공한다' 이것이 지금 현실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사람 중심의 행복한 복지 공동체 실현을 꿈꾸며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나눔문화 확산의 파수꾼이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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