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권 제주관광대학교 인테리어건축과 교수·논설위원

어떤 지역을 방문하면 먹거리 중 꼭 맛을 보거나 물건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장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깎는 사람, 깎아 주는 사람 모두 즐거운 곳. 주머니가 다소 가벼워도 하나라도 더 얹어주는 인심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 네모반듯하게, 깔끔하게 진열된 대형마트와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시장마다 색다른 특성,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있는 소소한 풍경들, 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식, 그리고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따듯한 인심과 웃음까지, 무료한 일상에 지쳐서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전통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제주 전통시장들이 전국 공모 지원사업에서 글로벌명품시장 한 곳, 문화관광형시장 세 곳, 도심골목형시장 두 곳이 선정되어 총 174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원금을 받게 되는 쾌거를 거뒀다.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선정된 동문시장에는 총 50억원이 지원되는데 한류와 연계해 지역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칠성로상점가, 한림오일시장, 세화오일시장에는 각각 18억원이 지원되는데 문화와 특산품을 매개로 관광과 쇼핑이 가능한 시장으로 육성된다.
 
도심골목형시장으로 선정된 보성시장과 서귀포향토오일시장에는 각각 6억원이 지원될 예정인데 한 시장 한 특색의 특화시장으로 거듭나는 사업내용이다. 
 
며칠 전 도내를 답사할 일이 있어서 이들 시장을 골고루 다녀보았는데, 답사 결과 느낀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동문시장은 오랫동안 제주를 대표하는 네 개 시장으로 이루어져 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동문시장은 포목과 의류전문매장이 즐비하고, 동문공설시장은 최근 야간에 먹거리를 찾는 손님들 발길이 잦아지고 있었으며, 동문재래시장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넘쳐나고, 동문수산시장은 바다에서 금방 잡은 은갈치 등의 수산물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근래 들어 이들 시장에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네 전통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뿐 아니라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면서 즐길 거리로 생각하는 듯싶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한림오일시장은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야간관광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화오일시장은 아름다운 바닷가에 위치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시장 옆을 통과하는 올레코스와 연계하여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면 멋진 시장이 될 것이다. 보성시장은 식객에 나오는 순대가 유명한 시장으로 특화시장으로서 발전가능성이 크다. 서귀포향토 오일시장은 장이 서는 날이면 아침부터 주민과 관광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이런 장점을 관광 자원화 한다면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본 이들 시장의 장점이 앞으로 진행될 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돈을 투자한 지원사업이 되어도 시장 스스로 자립하려는 자구책이 없으면 발전에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 
 
어디에 가도 있는 똑같은 시장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맛과 멋을 만들어 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통과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된다면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게 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들 시장이 제주를 대표할 맛과 멋이 되살아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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