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 겸 서귀포지사장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28일에는 입도 관광객 최단기 400만명 돌파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5월12일에 비해 15일, 2013년 5월29일과 비교하면 한 달 앞당겨지면서 올해 사상 첫 1300만명 목표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도내 관광업계는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여전히 폭발적인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이런 희망을 뒷받해주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8만77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만4975명에 비해 59.9%나 늘었다. 이는 또 전체 외국인 관광객 55만9371명의 87.2%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다. 이같이 제주관광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지는 반면 중국인에 의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관광업계 일각에서 제기돼 눈길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해 7월 원희룡 지사가 취임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원 지사는 취임 전부터 중국 자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선인 시절 중국 란딩그룹과 겐팅 싱가포르가 공동 투자하는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월드 제주' 조성사업에 대해 "대규모 숙박시설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신화역사공원의 정체성과 맞는지 의문이 간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사업자인 람정제주개발㈜는 지난해 6월24일 개최하려던 착공식을 연기해야만 했다. 비록 표면적인 이유는 건축허가 신청면적이 개발사업승인 고시면적과 다르다는 이유로 제주도가 보완 요구를 하자 사업자가 건축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원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원 지사는 또 중국 녹지그룹과 동화투자개발㈜가 공동 투자하는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 전임 우근민 도정 말기에 허가받은 56층을 38층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원 지사는 전 도정과 확연히 다른 행보로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1월 투자통상교류단을 꾸려 중국을 방문했다. 이어 다음달 열린 리조트월드 제주 착공식에서는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이 제주도와 투자자가 상생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취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원 지사가 중국 자본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벌써 중국 자본의 이탈이 시작됐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종전에 관광호텔 커피숍마다 북적이던 중국인 투자자나 브로커들이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500억원에 골프장을 사겠다는 중국인들이 줄을 이었는데 지금은 1000억원에 내놓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는 한 사례를 전했다. A씨는 이밖에 최근 중국기업에 의해 준공된 한 콘도미니엄 단지 분양실적이 아주 저조한 점도 중국투자자들이 제주를 외면하는 징조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저리의 관광진흥자금 지원과 지방세 감면 등 이중혜택을 받은 관광호텔을 중국자본에 팔아넘긴 한 전직 도의원의 탁월한 선택(?)을 비꼬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26일자 한 중앙언론의 기고를 통해 현재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개발사업을 예로 들며 환경보호, 사업자의 이익, 행정의 일관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할 때 결론은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토지를 잘 보존해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앞으로 100년 후 우리 후손들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을 걷고싶어 할 것이다"라며 마무리했다.
 
"한 번 신뢰를 잃은 제주도정에 대해 머지 않아 중국 자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마저 고개를 돌려 원 지사는 제주관광의 전성기를 가로막은 인물로 남을 것"이라는 A씨의 독설이 설득력을 얻을지, 원 지사가 100년을 내다본 혜안으로 훗날 제주땅을 지킨 수호신으로 추앙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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