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프랑스 파리는 안 가본 사람에게는 꿈의 행선지로, 가 본 사람에게는 아쉬움과 함께 떠났던 기억으로 다시 가고 싶은 세계 최고의 인기 도시이다. 이런 파리가 최근 대기질 악화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바람이 없는 날이 이어지자 디젤 차량 매연 등으로 인해 대기 오염도가 중국의 공기 나쁜 도시에 수준으로 치솟아 정부에서는 강력한 억제책을 펼치고 있다 한다.
 
오염이 심한 날 자동차 이부제 운행을 시행하고 대중교통을 무료화 했다. 연식이 오래된 디젤 차량을 줄이고 전기차를 늘리기 위한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고 2020년에는 파리에서 디젤 차량을 완전히 추방하기로 했다.
 
4월 초 파리시 정부는 그곳을 2020년까지 자전거의 세계수도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공격적으로 자전거도로 확보와 같은 투자계획을 밝혔다. 
 
필자가 보았던 파리는 하늘이 청명했기 때문에 이 외신 기사를 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뉴스는 대기 오염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으며 따라서 청정 환경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대기질 관련 여건은 좋다. 하지만 인근 중국대륙의 공업지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인해 해변 도시 홍콩의 공기질이 크게 악화된 경우를 보면 섬이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제주 하늘도 중국발 미세먼지·황사가 밀려오는 철에는 뿌연 모습을 보인다. 물론 제주지역의 자체적인 대기오염물질 배출 악화로 홍콩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지만 청정의 요건은 대기질 외에도 더 있기 때문에 제주의 청정함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10년 전과 비교해도 제주지역 거주 및 방문인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와 비례해 쓰레기·생활하수 등도 늘었다. 땅이 제한된 곳에서 이를 처리하는 일이 점점 큰 문제거리이다. 
 
하수의 유입은 청정 바다를 위협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인데 제주해안 전역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정 이미지에 힘입어 지역의 농·축·수산업 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토지가 더 강도 높게 이용되고 양식 수산업이 증가했다. 산출물 증대를 위해 비료·농약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 이것은 생태계 전체로 보아 어디에서인가 부정적 효과를 일으킨다. 제주 해안의 황폐화가 늘어나는 생활 및 축산 하수, 농약과 비료 사용과 관련이 클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제주의 청정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곶자왈 보존과 같이 손에 잡히는 수준을 넘어 더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청정을 위협하는 각종 오염 물질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전기차 사용의 확대가 좋은 시작이다. 더 철저한 하수의 관리 및 처리,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그런데 더 어려운 과제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비닐)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형 마트에서 플라스틱 봉지를 쓰지 않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버릴 때마다 우리 주변에 플라스틱이 넘쳐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아 긴 시간에 걸쳐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로 남게 된다.
 
가장 확실한 대처법은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 제주지역에서 플라스틱 봉지를 추방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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