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4060] 28. 김동성 보성쌀상회 대표

장인·장모 사업 물려받아
저울 대신 되박 전통 고집
'대형마트' 밀려 사라지는
시장 쌀집 40년 명맥 유지

"요즘 세상에 가업을 물려받는 일은 흔치 않죠. 그만큼 아무나 이을 수 없는 귀한디귀한 것인데 제게는 제2의 인생으로 연결됐죠"

2009년 12월 30년간 몸 담았던 KT(옛 한국통신)에서 명예퇴직 후 처부모의 가업을 물려받은 김동성씨(55)는 직장생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인정(人情 )'을 느끼며 또 다른 인생의 맛을 배워가고 있다.
 
김씨가 이은 가업은 다름 아닌 '쌀가게'다. 예전에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에 밀려 거의 다 없어지면서 전통시장 내 옛 추억의 상징으로 남고 있다.

보성시장 역사와 함께 해온 처부모의 쌀가게를 운영하게 된 데에는 단순히 '큰사위'라는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였다.

예전 본부 기술과장 당시 직원들과 국밥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을 때면 쌀가게 앞을 지나치곤 했다. 그때마다 비어있는 가게를 보며 "일이 바쁜가 보다"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나중에야 '사위에게 누가 될까' 자리를 피했다는 사실을 알고 죄송스런 마음에 한참을 울었던 그였다.

장인어른이 세상을 떠난 뒤 팔순의 나이에 장모 혼자 가게를 꾸려가는 모습에 퇴직 후 세웠던 창업 계획을 '가업 잇기'로 전환했다. 이 무렵 제주지역에 배아현미 대리점을 모집하면서 영업권을 따와 가게 옆에 함께 운영하고 있다.

'40년 명맥'을 유지하는 일은 결고 쉽지만은 않았다. 수십년간 단골과 거래처에 쌓아온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장인·장모가 고집해온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잡곡들을 플라스틱 바구니에 수북이 쌓아 놓고 저울 대신 '되박'을 사용해 퍼주면서 단골들에게 후한 인심도 전해주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안목에 지금도 직접 나와 일일이 품질 검사를 하고 있는 장모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김씨는 "이제는 제가 장인·장모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밥 짓는 냄새만큼이나 고소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인생2막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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