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문철 제주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논설위원

마침내 '계절의 여왕', 싱그러운 5월의 하늘이 열렸다. 5월엔 어린이날(5)을 비롯해 어버이 날(8), 입양의 날(11), 스승의 날(15), 가정의 날(15), 성년의 날(18), 부부의 날(21) 등 가정 관련 기념일들이 즐비한 게, 가히 '가정의 달'이라 불릴만 하다.
 
그러한 가정의 달의 키워드를 '사랑과 감사'로 하면 어떨까? 이러한 사랑과 감사가 충만한 가정은 '지상낙원(paradise)'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가정이란 사실상 우리네 삶의 구심점이다. 모든 것은 가정에서 출발하고 가정에서 마무리된다.
 
누군가 'home'을 '가정'으로, '가정'을 'home'으로 번역해 놓길 참 잘했다 싶다. 그렇다, 가정이 홈이고, 홈이 가정이다. 이 두 낱말의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너무나 잘 어울린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꽃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우리가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곡으로, 페인(J.H.Payne)이 비숍(H.Bishop)의 멜로디에 실은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의 노랫말 한 대목이다. 일상에 시달려 피곤한 몸이 쉴만한 곳이야 비단 내 집 뿐이랴 마는, 내 영혼과 내 마음이 참된 안식을 얻을 곳은 정녕 내 집 밖 그 어디에도 없으리! 
 
그럴진대 이러한 가정의 구심점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것을 '부부'라 생각한다.  사실 이 보다 더한 인연이 또 있겠는가! 이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며 가정을 가꿔간다면 바로 이것이 행복인 것을, 굳이 사막의 신기루(蜃氣樓)같은 유토피아(utopia)를 찾아 먼 길을 나설 필요가 있으랴! 여러분은 '부부의 날'을 아시는가? 이달 21일이 그날이다. 이는 '둘(2)이 하나(1) 되어' 가정의 행복을 잘 엮어가라는 의미에서 2007년에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날이다. 
 
가정은 '가족'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가족'이라는 영어 단어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는 문장에 쓰인 각 단어의 머리글자들의 조합이다. 그렇다, 가족이란 엄마 아빠를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 모두 하나로 엮어진 사랑공동체이다.  가정은 가족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나아가 사회와 국가구성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나는 야구경기를 보면서 때때로 가정과 가족을 대입(代入)해본다. 아빠는 투수(投手), 엄마는 포수(捕手), 자녀들은 선수이다. 경기의 전반적인 운영은 투수인 아빠가 담당하고, 온 가족은 그 눈빛과 몸짓에 따라 각각 자기 몫을 해낸다. 모든 상황은 포수인 엄마의 몫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다름 아닌 '한 가족 선수단'의 조직과 전략이다. 9명의 선수가 오로지 홈베이스(home base)라는 하나의 정점(頂點)을 향한다. 그러고 보면 야구(野球)를 'baseball'이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유난히도 바쁜가 보다. 이는 비단 직장인만이 아니다. 평생을 전업주부(專業主婦)로 살아온 아내도 이래저래 참 바쁘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자녀들도 도대체가 바빠서 전화를 못한단다. 아이고 나 원 참!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이 이처럼 바쁘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 하 많은 날들을 하릴없는 룸펜(Lumpen)으로 사는 꼴이라니! 
 
우리는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행복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것은 가정 밖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을 등지고 얻는 행복이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아무리 기쁘고 즐거워도, 아무리 바빠도 결국은 가정을 향해야 한다. 이것이 가족의 윤리요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가정은 우리네 삶의 진정한 홈베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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