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총재에 이은 한나라당 권력서열2위 자리를 놓고 중진들간 경쟁이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총재의 차기 대선 당선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포스트 창(昌)"을 겨냥한 중진들간 경쟁이 신경전을 넘어 조직화, 세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양상은 충청권 출신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의원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당하면서 촉발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총재가 맡았던 국가혁신위원장직을 곧바로 김 의원에게 넘기고, 비록 5선의중진이긴 하지만 당내 기반이 미약한 강 의원에게 부총재직을 맡긴 것이 다른 중진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병렬, 김진재, 하순봉, 강재섭 부총재와 서청원, 박관용 지도위원 등 주류는 물론 김덕룡 의원 및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 등 비주류 중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점차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특히 내년 봄으로 예정돼 있는 부총재 경선과 맞물려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당직자는 18일 "경남 출신의 한 부총재는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원외위원장들과 광범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지존"인 이 총재에 이은 차기 자리를 둘러싼 경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간 당내 2인자 역할을 해온 최병렬 부총재는 이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총재직 이양과 집단지도체제, 내각제 카드 등을 거론하며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 김진재 강재섭 부총재와 서청원 지도위원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료의원들을 두루 접촉, 저변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고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는 1인지도체제의 폐해를 지적하거나 총재경선에 도전할 뜻을 시사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진들간 이런 경쟁은 그러나 내년 양대선거를 앞두고 상호 비방이나 인신공격이 아닌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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