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얼마전에 동료 한의사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떤 환자가 와서 필자의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가서 먹었는데, 지어갈 때 내가 이 약을 드시면 현재 불편 하신 데도 좋아지고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상태도 좋아진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약을 복용했는데, 그 환자 말로는 한 봉지 먹은 다음부터는 모든 증상이 다 좋아 졌다고 한다.
 
그러면 그냥 그 한의원에 가지 자기네 한의원에 왜 왔냐니까 그 한의원을 못 믿어서 왔다고 한다.
 
그렇게 금방 좋아지니까, 약에 양귀비같은 마약이라도 탔을까봐, 못 믿겠다고 오히려 의심스럽단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는 한약은 효과가 더딜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두번째는 환자들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거다.
 
양약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은 진통제나 소염제 같은 즉효를 보는 약들에 익숙해져있어서 한약은 그런 효과가 없는 줄 안다.
 
직접적으로 진통제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인체를 정상적인 생리 상태로 돌려서 좋아지게 하면 얼마든지 즉효도 나올 수가 있다.
 
또 환자를 일찍 좋아지게 하면 다 만족할 줄 알았는데, 그 약에 이상한 성분이나 넣었다고 오히려 의심을 받을수 있다니….
 
세상 사는 다 뜻대로 돌아 가는게 아닌가보다. 아무튼 그 환자가 좋아지고 의심없이 그 약을 계속 복용해서 완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환자가 누군지, 무슨 약을 처방했는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에 그 상태에 맞는 약을 필자 판단에 의해서 처방했을 것이다.
 
지금도 알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계속 같은 증상에 그 처방만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길테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